마법단 전쟁 소설 디아블로: 피의 유산
악마와 천사, 그리고 네팔렘의 기억을 잃은 인류는 죄악의 전쟁이 양대 종교의 믿음이 충돌했던 종교 전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종교에 큰 거부감을 느끼게 되었고, 왕성한 종교 활동의 중심지이자 전쟁터였던 케잔은 케지스탄(디아블로 2 액트 3 배경)으로 개명하게 됩니다. 역사를 보면 권력의 빈자리는 항상 새로운 누군가로 채워지는데요. 성역의 사람들도 종교 대신 신비한 힘을 지닌 마법단에게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기원전 1,799년 죄악의 전쟁 종식 이후 약 2,000년 동안 이어지는 마법의 시대가 개막한 것이죠.
기원전 3세기, 여전히 비제레이는 가장 유명한 마법단이었습니다. 극히 일부 마법단은 그들의 서적을 통해 악마의 존재를 이해하고 있었는데요. 비제레이의 '호라존Horazon'과 '바르툭Bartuc' 형제는 비제레이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였습니다. 이들은 악마를 강력한 힘의 원천으로 이해하고 악마 마법을 연마했는데요. 호라존은 악마를 이용하고 조종하여 힘을 얻기를 바랐고, 바르툭은 악마들이야말로 인류보다 더 위대한 존재로 여기면서 악마에게 굴복하고 그들의 힘을 빌렸습니다.
악마의 갑옷에 '인간의 피를 먹여 힘을 얻는 의식'을 받고 있는 바르툭
기원전 210년, 비제레이가 악마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른 마법단들은 비제레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마법단 연합을 구성합니다. 여러 마법단을 규합한 연합이 초반에는 비제레이보다 우세한 듯 보였으나, 수세에 몰린 비제레이는 바르툭이 소환한 악마들의 가세로 전황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히고 악마들은 살육을 시작합니다. 온몸에 인간의 피로 뒤덮는 의식을 치르고 악마를 소환하는 바르툭을 향해 사람들은 '피의 전쟁 군주'라고 부르며 공포에 떨게 됩니다.
기원전 203년, 통제될 리 없는 악마들은 점점 비제레이와 다른 마법단,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보이는 모든 것을 죽이기 시작하자 호라존과 비제레이 소속 마법사들은 뒤늦게 악마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호라존과 그를 따르는 마법사들은 바르툭과 악마들을 저지하기 위한 비제레이 내전을 펼쳤고, 긴 전쟁 끝에 바르툭을 죽일 수 있었지만, 수많은 부족과 마법단원이 사망했으며 도시는 파괴되었습니다. 호라존은 바르툭의 시체에서 악마의 갑옷을 벗겨낼 수 없자 인간들로부터 멀리 숨겼으며, 악마들이 자신을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전쟁으로 수없이 많은 이를 죽게 만든 죄책감에 빠져 루트 골레인(디아블로 2 액트 2 마을) 근처에 비전의 성역(아케인 생추어리, Arcane Sanctuary)을 만들고 세상에서 몸을 숨깁니다.
믿음의 시대 비즈자크타르 설립과 자카룸 교단의 성행
마법단 전쟁으로 인해 비제레이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으며 타락한 마법사(원소술사)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강력한 원소술사를 언제나 은밀하게 감시하고 타락하거나 폭주할 시 이들을 암살하기 위해 비즈자크타르Viz-Jaq'taar를 설립합니다. 디아블로 2 확장팩: 파괴의 군주에서 등장하는 암살자(어쌔신)가 바로 이 '비즈자크타르' 출신입니다.
※ 디아 2 액트 3 마을 '쿠라스트 부두'에서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마법사 '오르무스'는 많은 분이 자주 이용하는 상인인데요. 오르무스가 있는 곳과 대장장이 흐라틀리가 있는 곳 사이에 가보면 오르무스를 감시하는 암살자 '나탈랴'라는 NPC가 있습니다. 나탈랴는 메피스토를 처치한 뒤 마을로 돌아오면 사라지고 없는데요…. 혹시 오르무스보다 메피스토조차 밥 먹듯이 사냥하는 이센드라(디아블로 2 원소술사의 이름)를 감시하기 위해 타깃을 바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디아 2에 암살자 세트 아이템 '나탈랴의 혐오'를 남긴 나탈랴는 훗날 비즈자크타르를 탈퇴하고 악마사냥꾼으로 전직하며, 디아 3에서 악마사냥꾼의 세트 아이템인 '나탈랴의 복수'를 남기게 됩니다.
마법단 전쟁으로 비제레이 등 소수의 마법단은 살아남았지만, 전쟁의 피해로 인해 그 규모는 초라하기 그지없었으며 대중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됩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종교단체 자카룸Zakarum이었습니다. 자카룸은 '아카라트'라는 선지자가 눈 덮힌 봉우리에서 명상을 하던 중 '야에리우스(천사라는 견해와 고대 네팔렘인 울디시안의 환영이라는 견해가 있음. 데커드 케인은 울디시안이라는 견해)'라는 존재를 만나 깨우침을 얻은 뒤 설립되는데요. 아카라트는 '악에 저항하고 빛에 헌신하여 받아들여라'는 가르침을 얻고 '인류는 강력한 빛의 그릇이며 모든 사람이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면의 빛을 찾아야 한다'는 근원적인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원년) ※ 현대 연표가 예수 탄생 년도인 서기를 기원으로 하는 것처럼 자카룸 교단이 권력의 정점을 누리며 디아블로 세계관 역사를 기록할 때 만든 Anno Kehjistani 연표는 아카라트가 깨우침을 얻는 시기를 기원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카라트는 야에리우스의 말씀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했으며, 가르침을 얻고자 점점 많은 제자들이 그의 곁에 모였습니다. 케지스탄 전역으로 말씀을 전한 아카라트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만족한 뒤 케지스탄의 밀림으로 사라졌는데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모여들었고 '내면의 빛'을 따라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자카룸'이라는 종교가 만들어집니다. 훗날 자카룸 교단의 성기사(디아블로 2)와 자카룸의 타락을 느끼고 이를 구원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성전사(디아블로 3: 영혼을 거두는자) 모두 자카룸에 기원을 두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자카룸 교단
디아블로 3에 등장하는 성전사
어둠의 유배Dark Exile와 호라드림Horadrim 성역으로 추방된 대악마
한편, 불타는 지옥의 고위 악마(죄악의 군주 아즈모단, 거짓의 군주 벨리알, 고통의 군주 두리엘, 고뇌의 여제 안다리엘)는 죄악의 전쟁 이후 메피스토가 앙기리스 의회와 맺은 협약에 분노하며 대악마의 권위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성역 기준 964년, 3천 년 가까이 지속된 드높은 천상과의 휴전이 계속되자 고위 악마는 대악마들이 겁먹었다고 여겼고, 천상과의 전쟁을 계속 이끌어갈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그들은 온 대악마를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지옥을 뒤 흔든 이 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한 4명의 고위 악마들은 대악마들을 필멸의 세계, 성역으로 추방합니다.
성역으로 유배된 메피스토, 디아블로, 바알은 수십 년간 동부 지방을 초토화시켰고 그들이 지나간 곳에는 막대한 고통과 혼돈만이 남았습니다. 토착 생물들은 사악하고 타락한 무언가로 변했고 대악마들은 인간의 몸에 숨어들어 정치적, 종교적 인물을 통제하여 사람들을 속이고 이용하며 타락시켰습니다.
호라드림의 문장
지옥의 쿠데타로부터 40년 뒤인 1004년, 결국 정의의 대천사 티리엘이 그들의 존재를 눈치챕니다. 하지만 티리엘은 앙기리스 의회에 이 사실을 알릴 경우 성역을 파괴하려 했던 지난 앙기리스 의회의 투표를 떠올리며 (죄악의 전쟁) 휴전 협약이 깨진다면 다시 한번 성역에서 기나긴 전쟁이 치러질 것을 염려하는데요…. 결국 그는 의회에 비밀로 한 채 성역으로 내려와 대악마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마법사들을 규합해 호라드림을 조직했습니다.
티리엘은 세계석Worldstone의 파편으로 대악마를 봉인할 수 있는 3개의 영혼석Soulstone을 만들었는데요. 원소술사 탈 라샤Tal Rasha를 수장으로 한 호라드림은 그 평생을 동부 지역에 생겨난 악마들을 처치하고 대악마들을 쫓는 데 바쳤습니다. 영혼석의 담당은 당시 출중한 마법 능력을 바탕으로 영혼석 연구에 심취했던 인물이자 티리엘도 인간으로서 위대했다고 평가한 바 있는 졸툰 쿨레Zoltun Kulle입니다. 졸툰 쿨레가 미치기 전까지 말이죠. ※ 디아블로 2에서 원소술사 교복으로 유행했던 일명 탈셋, '탈 라샤의 수의' 세트의 주인공이 바로 호라드림의 초대 수장 탈 라샤입니다.
영혼석을 담당할 만큼 티리엘이 신임했던 졸툰 쿨레
필멸자로서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호라드림은 미래 후손을 위해 자신들의 기억, 힘, 성취 등의 정수를 주입하여 유산을 남깁니다
1009년, 호라드림의 노력 끝에 가장 먼저 봉인한 대악마는 메피스토였습니다. 케지스탄의 대도시에서 메피스토와 전투를 치른 호라드림은 메피스토를 잡았지만 너무나도 많은, 무고한 생명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슬픔을 뒤로한 채 호라드림은 메피스토를 영혼석에 가두고 그 위로 감시 타워를 만들었는데요. 빛을 추앙하는 자카룸 교단에 감시를 맡겼고 자카룸 교단은 이곳에 빛의 사원이라 불리는 트라빈칼 사원을 지어 영혼석을 사원 깊숙이 보관했습니다. 자카룸 교단의 사원이 들어서자 정글이었던 이곳은 점차 거대한 사원 도시로 성장해나갑니다.
훗날 디아 2 유저들이 앵벌을 도는 곳 중 하나인 쿠라스트의 트라빈칼 사원
성역의 지도
뛰어난 마법사들로 구성된 호라드림이었지만 대악마를 쫓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실패를 거듭하던 호라드림은 디아블로와 바알이 쌍둥이 바다를 건너 서부 대륙의 아라녹 사막으로 향한 것을 알게 되죠. 디아블로는 더 먼 곳으로 향했고, 바알은 서부 대륙의 항구 도시인 루트 골레인으로 숨어들었는데요. 이미 케지스탄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던 기억이 있던 탈 라샤는 바로 공격하지 않고 바알이 마을 밖으로 벗어나길 기다립니다.
디아블로 2 액트 2의 마을이자 항구 도시 루트 골레인
바알과 탈라샤의 전투
1010년, 바알의 뒤를 밟던 탈 라샤와 호라드림은 바알이 북쪽 사막으로 이동하자 이내 전투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전투 중 바알을 봉인해야 할 영혼석이 부서져 버리는데요. 이때 영혼석을 담당하며 연구해왔던 졸툰 쿨레가 영혼석 조각과 함께 사람을 그릇으로 삼으면 바알을 봉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하지만 아무도 선뜻 자신을 희생하길 바라는 이가 없자 결국 리더였던 탈 라샤가 자신을 희생했고, 죽어서도 바알과 싸워야 하는 영원한 고통이 시작됩니다….
호라드림 단원들에게 자신을 묶게 한 뒤 심장에 파괴된 영혼석 조각을 박아 바알을 봉인한 탈 라샤
탈 라샤의 희생으로 공석이 된 호라드림의 리더는 제레드 케인Jered Cain(데커드 케인의 조상)이 맡게 되었습니다. 메피스토와 바알을 봉인한 호라드림은 이제 디아블로만을 남겨 두고 있었는데요. 1019년, 9년여의 기나긴 추적 끝에 호라드림은 칸두라스의 탈산데 강River Talsande 근처에서 마침내 디아블로를 따라잡았습니다. 성역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들을 티리엘이 선별하여 결성했던 호라드림이었는데요. 모든 이들이 목숨을 건 전투 끝에 디아블로가 쓰러졌고 그를 영혼석에 봉인할 수 있었습니다.
호라드림은 탈산데 강의 미로 같은 동굴에 디아블로의 영혼석을 숨겼고 이를 감시하기 위해 그 위로 호라드림 수도원을 짓고 순교자를 위한 묘실을 세웠습니다. 호라드림 단원이 머물자 점차 이 주변에 마을이 생겨났고 이곳은 트리스트럼Tristram(디아블로 1의 마을)이라 불렸습니다. 리더였던 제레드 케인은 후대를 위해 악마들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고 보관하기 시작했는데요. 대악마의 위협이 사라지면서 티리엘이 부여한 임무를 완수한 호라드림은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디아블로가 봉인된 동굴 위로 세워진 호라드림 수도원은 훗날 레오릭 왕에 의해 트리스트럼 대성당으로 증축된다.
트리스트럼의 어둠 라자루스와 레오릭 왕
디아블로기 봉인되고 200여 년의 시간 동안 대악마 봉인의 업적을 달성한 호라드림은 흩어지고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자카룸 교단은 확고부동한 교세를 다지게 됩니다. 하지만 트라빈칼 사원 아래 봉인되어 있던 메피스토에 의해 긴 세월 동안 자카룸의 대주교와 교인들이 타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죠.
1258년, 동부 대륙의 케지스탄에서 태어난 레오릭Leoric은 평소 행실이 바르고 신망이 두터워 추앙받는 자였습니다. 그는 자카룸의 성실한 신도이기도 했는데요. 어느날 자신의 측근이자 자카룸의 대주교인 라자루스Lazarus가 교단을 앞세워 서부 대륙의 칸두라스에 있는 허름한 마을, 트리스트럼으로 가서 그곳을 수도로 삼으라고 말합니다. 성실한 신도였던 레오릭은 라자루스의 말에 따라 트리스트럼으로 향했고 자카룸의 이름으로 자신을 왕으로 선포했으며, 호라드림 수도원을 트리스트럼 대성당으로 증축한 뒤 권좌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라자루스 자신도 미처 알기 전에 메피스토에 의해 조종된 채 디아블로가 있는 트리스트럼으로 보내진 것이었습니다.
성군 시절 레오릭 왕
레오릭은 무너진 수도원과 작고 허름한 마을인 트리스트럼이 칸두라스의 왕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빛을 추구하는 자카룸을 믿고 따랐습니다. 하지만 트라빈칼 사원의 영혼석이 그랬듯이 대성당 아래에 봉인된 영혼석 역시 디아블로에 의해 타락한 상태였죠. 대주교 라자루스는 영혼석에서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힘에 매료되었습니다. 디아블로는 라자루스를 완전히 타락시켰고 결국 라자루스는 디아블로의 영혼을 풀어주게 됩니다.
1263년, 디아블로의 영혼은 해방되었지만, 완전한 부활을 위해 강력한 육체를 손에 넣고자 했습니다. 처음에는 레오릭의 몸을 빼앗으려 했는데요. 레오릭 왕의 굳은 의지와 정신력으로 인해 그를 완전히 지배하는 데 실패했고, 공포의 대군주인 디아블로의 정신 공격에 계속 맞서던 레오릭 왕은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며 미쳐버리게 됩니다. 점점 라자루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믿지 못했고, 자신을 거스르면 모두 죽여버리면서 끔찍한 폭군이 되죠.
이런 왕을 보다못한 왕비와 충신들이 조언을 하자, 라자루스는 이들에게 거짓 누명을 씌웠고 레오릭 왕은 충신은 물론이고 사랑했던 자신의 아내마저 참수 시켜버립니다.
라자루스의 거짓으로 자신의 아내를 참수하는 레오릭 왕
아실라 왕비의 생전 초상과 디아블로 3 액트 1 레오릭의 저택에서 등장하는 아실라의 유령
레오릭 왕의 육체를 얻지 못한 디아블로는 레오릭의 둘째 아들 알브레히트 왕자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라자루스는 레오릭 왕에게 서부원정지가 트리스트럼을 노린다는 거짓을 속삭여 첫째 아들 아이단 왕자와 기사단장 라크다난이 이끄는 군대를 서부원정지로 출정시켰습니다. 방해자들을 몰아낸 뒤 알브레히트 왕자를 납치하고 이마에 영혼석을 박아 넣어 공포를 빨아들이면서 디아블로가 서서히 부활하게 되는데요. 그 악과 공포는 트리스트럼 전체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알브레히트 왕자와 그를 숙주로 삼은 디아블로
이미 미쳐버린 레오릭은 아들이 실종되자 이것이 트리스트럼 주민들의 음모라고 여기며 마구잡이로 처형하기 시작했고 광기는 나날이 심각해졌습니다. 한편, 라자루스의 계략으로 서부원정을 떠났던 군대는 쓰라린 패배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아이단 왕자는 실종됐고 많은 기사들을 잃게됩니다. 생존자와 함께 힘겹게 트리스트럼으로 돌아온 기사단장 라크다난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미쳐버린 왕의 무분별한 학살뿐이었습니다. 결국 자신이 평생 믿고 따랐던 레오릭 왕에게 칼을 겨눠 죽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레오릭 왕이 죽으며 퍼부은 저주로 인해 기사단은 악마의 수하가 되며 기사단이 몰락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칸두라스의 레오릭 왕가는, 왕은 미쳐서 폭군이 되어 기사단장에게 사망했고 왕비는 남편인 왕에게 참수당했으며, 첫째 왕자는 전쟁 중 실종되었고 둘째 왕자는 디아블로의 육체가 되어버리는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된 것이죠….
왕가가 몰락한 뒤 트리스트럼은 혼란에 빠집니다. 대주교 라자루스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알브레히트 왕자가 대성당 지하에 잡혀 있다며 왕자를 구하자고 트리스트럼 주민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빛을 따르는 자카룸 교단의 대주교인 그의 말에 따라, 많은 주민이 왕자를 구하기 위해 농기구를 들고 트리스트럼 대성당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대성당 지하 미궁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알브레히트 왕자가 아니라 피와 살에 굶주린 도살자였고 주민들이 쏟아낸 공포는 디아블로를 점점 더 강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디아블로 1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도살자의 방 안쪽을 보면 트리스트럼 주민의 시체가 즐비하다…
데커드 케인 잠시 내 이야기 좀 들어보게나!
한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데커드 케인Deckard Cain은 1202년에 어머니 아데레스 케인Aderes Cain과 무두장이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성을 보면 알겠지만 데커드 케인은 어머니의 성인 '케인'을 물려받았는데요. 케인의 어머니는 호라드림의 2번째 수장이었던 제레드 케인의 후손이었습니다. 데커드 케인의 어머니는 호라드림에 대해 기록하고 과거의 이야기들을 가족 내에 보존·전파하며 그들의 후예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데커드 케인은 그 모든 이야기가 말도 안 되는 허구라고 생각했고 11살에 아버지를 잃은 뒤에는 호라드림이나 천사와 악마 같은 이야기만 하는 어머니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피는 못 속이는 걸까요? 성인이 된 데커드 케인은 케지스탄에서 고대 기록을 찾으며 연구에 몰두했고 자신의 아들의 이름은 호라드림에 있던 선조의 이름을 따서 제레드 케인으로 지었습니다. 트리스트럼으로 돌아온 케인은 교장을 역임하면서도 고대 기록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1237년, 연구에 매진했던 케인은 가족은 전혀 돌보지 않았는데요. 결국 그의 아내 아멜리아는 제레드를 데리고 케인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아내와 아들은 불행히도 산적을 만나 죽임을 당하게 되죠….
고대 연구에 매진했던 젊은 시절의 데커드 케인 이때만 하더라도 악마와 천사가 실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케인은 레오릭 왕의 첫째 아들인 아이단 왕자의 가정교사이기도 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성군이던 레오릭 왕이 점점 폭군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문득 케인은 레오릭 왕의 광기가 어쩌면 지하에 묻힌 사악한 존재 때문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레오릭 일가가 몰락하는 사건과 생각들을 일지로 작성하면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들려줬던 '천사와 악마가 실존했을까? 그렇다면 정말 어머니의 말처럼 사악한 고대 존재가 트리스트럼 아래 깊숙한 곳에 봉인되어 있을까?'같은 생각을 갖게 되죠.
궁금증을 채우기 위해 트리스트럼 대성당(본래 호라드림 수도원)의 도서관에서 호라드림의 고대 기록을 찾아보던 케인은 어머니가 해줬던 이야기와 같은 내용이 호라드림의 고대 문서에 허구가 아닌 역사로써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라자루스가 많은 마을 사람들을 대성당 지하로 유인한 후로, 트리스트럼 주변을 배회하는 끔찍한 생명체를 발견하면서 호라드림의 기록에 있던 악의 생명체와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악마가 실존하고 악에 대항하기 위해 악마와 고대 호라드림의 지식을 더욱 연마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마을 주변에 괴생명체가 돌아다니면서 트리스트럼에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새롭게 마을에 유입되고 공공연히 자신이 마녀임을 드러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 여자가 바로 아드리아였습니다. 케인은 아드리아를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한 악마에 대한 지식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케인에게 악마의 정보를 제공했고 케인은 그녀에게 호라드림의 역사와 죄악의 전쟁, 마법단 전쟁, 졸툰 쿨레와 검은 영혼석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케인이 스케치한 아드리아와 아드리아가 스케치한 데커드 케인 이때의 친분으로 훗날 케인은 레아를 거두어 키우게 됩니다
아이단 왕자의 귀환 왕자에서 영웅으로 그리고…
트리스트럼 대성당 지하에 악마들이 들끓고 있다는 소문은 성역 각지로 퍼져나갔습니다. 어떤 모험가는 자신의 용기와 힘을 시험하기 위해 트리스트럼으로 왔고, 또 어떤 이는 대성당 아래 묻혀 있다고 알려진 금은보화를 얻기 위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모험가 중에는 서부 원정 중에 실종되었던 레오릭 왕의 첫째 아들 아이단 왕자Prince Aidan와 보이지 않는 눈의 자매단을 이끄는 로그 모레이나 Moreina 그리고 비제레이에서 파견된 원소술사 자즈레스Jazreth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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