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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창밖을 때린다 [창세기전 복귀]

너무나 아끼는 그 이름이 더렵혀지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NSW게임

QM볼타

| 2023.12.15 00:03

조회 4,952 댓글 26 추천 15

내 추억. 내 삶. 내 인생. 창세기전.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d461127178377fd01cbce2528588a024.png" alt="퀘이사존"> <div align="center"><table align="center" class="__se_tbl" style="border-width: 1px 1px 0px 0px; border-style: dashed dashed none none; border-color: rgb(39, 39, 39) rgb(39, 39, 39) currentColor currentColor;width:800px;max-width: 100%" border="1" cellspacing="0" cellpadding="0" attr_no_border_tbl="1"><tbody><tr><td width="800" style="border-width: 0px 0px 1px 1px; border-style: none none dashed dashed; border-color: currentColor currentColor rgb(39, 39, 39) rgb(39, 39, 39);">     창세기전.     지금 30~40대에 위치한 남자라면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국산 패키지 게임의 황금기 시절을 이끈 소프트맥스의 역작이자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게임 IP라 감히 말할 수 있는 바로 그 이름. 그 게임. 명작답게 주옥같은 명대사도 수없이 많이 남겼습니다.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8f25a85218f46bfde11119e801e92373.png" alt="퀘이사존"> 당신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실제로 이 문구가 출력되던 장면의 연출은 정말 말 그대로 엄청났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지극히 현실적인 T 성향을 가진 저에겐 상당한 충격이었죠. 물론 지금은 나이가 들며 동심을 잊어버렸고 순수함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에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지만 그때 그 시절 저에게 창세기전은 그 어떤 게임 타이틀과도 비견할 수조차 없던 게임이었습니다. 지금 현재도 제 인생의 게임을 다섯 개만 꼽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 게임을 선택할 거고요.(굳이 타이틀까지 명확히 꼽는다면 창세기전 중에서도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그리고 그 게임이 곧 부활을 앞두고 있습니다. IP를 손에 넣은 넥스트플로어(현: 라인게임즈)가 창세기전을 리메이크하겠다고 밝힌지도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 정식 출시까지 7일이라는 시간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한 달 전 모바일(창세기전: 아수라 프로젝트)도 기습 공개되었다지만 진짜는 패키지 게임이죠. 저를 비롯한 수많은 팬들은 모바일과 온라인을 "진짜"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a96903081cbb5d21b2fd23813f8bb60b.png" alt="퀘이사존"> 멸망이 시작된 창세기전 4     그간 창세기전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창세기전 3 파트 2의 성공을 뒤로하고 이렇다 할 후속작이 없던 소프트맥스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 창세기전 4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서비스 종료에서 끝나지 않고 회사 자체가 공중분해되었죠. 이후 매각된 창세기전 IP는 안타리아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원작과 전혀 다른 전략 게임으로 출시된 점. 지나친 과금 유도 정책과 기대에 못 미치는 그래픽. 설상가상으로 개연성이 상실된 일러스트까지 이어지며 또 하나의 흑역사가 만들어집니다. 원작의 올드 팬들이 바라던 창세기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그 이름이 갖는 영향력과 향수를 이용한 장사꾼들이 우리가 그토록 아끼던 이름을 변질시켜 버렸죠.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cac1ecbd2b6d05ddb3fec47b24f8862f.png" alt="퀘이사존"> 과거의 영광은 다시 오지 않는 것일까?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져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작금의 창세기전은 이 문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흑역사 이후 오랜 시간 우리 기억 속에 잊힌 게임이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란 말도 있습니다. 저는 모든 기대치를 내려두고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체험판을 플레이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어떤 결과가 확인된다고 해도 수십 년 만에 부활한 이 게임은 그 이름만으로도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7f3ae96daa42347294fa3b0c762238bd.png" alt="퀘이사존"> 아니 정확히 27년 만이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작 창세기전 2의 도입부 그대로 기간테스 산맥에서 비프로스트를 바라보며 내뱉는 G.S의 독백은 제 느린 심장 박동 수를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조금 부족한 그래픽이라고 해도 괜찮았습니다. 창세기전 2를 그것도 닌텐도에서 구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화려한 비주얼은 포기했죠. 더욱이 이 게임은 그래픽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큰 상관없었습니다.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588849e797779fc85a9e5a5b28688fef.png" alt="퀘이사존"> 아 잠깐만     그래픽이 상관없다는 말은 바로 취소하겠습니다.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도가 지나칩니다. 캐릭터와 배경이 전혀 구분되지 않은 화면과 어색한 모션이 어우러지는 컷신은 보는 순간 저도 도망치고 싶을 정도입니다. 닌텐도 기종의 한계때문이라고 변명하자니 올해 초 출시된 동일한 장르 게임.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조약한 퀄리티입니다. 이게 과연 2023년. 그것도 출시일 기준으로는 2024년이 불과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개되는 게임이 맞나 싶습니다. 기대를 안 한다고 했지만 아.. 이건 진짜 좀 심했잖아?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32740d93bee6a4eb6786c7f3cbfc45fb.png" alt="퀘이사존"> 아이템 디자인은 이렇게 잘해놓고 왜?     화가 나는 건 아이템 디자인은 반대로 또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잘 뽑을 수 있었으면서 대체 왜? 심지어 일부 아이템은 속성에 따른 이펙트 효과까지 더해져 보는 맛이 상당합니다. 원작을 그대로 계승한 이름의 아이템이 깔끔한 그래픽으로 돌아온 느낌. 올드비들이 원하는 건 바로 이런 거겠죠.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bf707e2e0f002b5e5602c3dbf267ce78.png" alt="퀘이사존"> 이게 최선입니까?     전투 화면은 총체적 난국 그 자체입니다. 우측 메뉴 이름부터가 잘못 설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동 메뉴 아래에는 스킬이 아니라 "공격"이 맞지 않을까요? 공격 메뉴 안에 기본 공격과 스킬 공격으로 나뉘어야 정상적인 구분 같은데 모호한 이름들이 직관성을 해치고 있습니다. 조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의 턴이 끝나면 화면은 턴이 남아있는 다른 캐릭터로 시점이 자동 전환되어야 할 것 같은데 턴을 종료한 캐릭터에게 그대로 멈춰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캐릭터와 배경 색채가 너무 흡사해 어디서부터 배경이고 어디서부터가 캐릭터인지 알아보기가 어렵다 보니 눈에 피로도가 상당합니다. 또한, 아군 캐릭터가 이동할 수 있는 영역과 적군의 영역은 컬러 구분 없이 몽땅 다 화이트 라인으로 표시되어 이동거리를 가늠하기도 어렵죠. 이런 턴제 게임들은 해당 턴에 피격 당할 수 있을만한 범위를 가늠할 수 있어야 보다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한 법인데.. 이게 7년을 기다린 게임이라고?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7815b0d8a73836ec0701be092760c9a4.png" alt="퀘이사존"> 풀더빙만큼은 박수 쳐주고 싶다     물론 만들다 말았다 정도의 완성도는 아닙니다. 풀더빙이라던가 유명한 성우님들이 녹음을 해줬다라던가 한국어로 대사가 나온다던가 분명히 다양한 매력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는 거죠. 효과음 중 일부는 노멀라이징조차 되어있지 않아 갑자기 큰 볼륨으로 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고 미션 도중엔 아이템 변경조차 불가능해서 획득한 아이템을 껴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원작을 사랑하는 올드비를 겨냥했다고 하지만.. 일부 대사는 원작을 플레이해보지 않고선 이해가 어려워 보이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이해 못 할 대사들을 긴 호흡으로 쏟아내는 게임.. 과연 뉴비들은 좋게 봐줄 수 있을까요?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22600eb45435cde4c6f688b7849429f5.png" alt="퀘이사존">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부활이라 말하기에 창세기전: 회색의잔영 체험판의 완성도는 너무나 참혹합니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직접 플레이해보면서 실망감은 더 커졌습니다. 타이틀 이름에서 창세기전을 제외하고 하나의 게임으로만 평가한다면 솔직히 더 야박한 말들을 쏟아냈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그 추억과 향수가 작은 쉴드가 되어 가슴 한 켠에 아직 정식 출시 전이다!! 아직 안 나왔다! 라며 부정하고 있을 뿐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6/d1bb0878750708c69103d475d139e208.png" alt="퀘이사존"> 정식판에 희망은 있을까?     체험판 공개 이후 혹평이 쏟아지자 개발사인 레그스튜디오는 불편했던 점을 일부 개선한 업데이트 판을 내놓았습니다. 지적받은 모험모드의 장비 교체 제한 해제. 전투 메뉴 개선 등이 포함된 데이원 패치는 현재 일부 미디어를 대상으로 제한적 배포되었고 출시일에 맞추어 전체 배포 역시 진행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알려왔습니다.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었고 출시일 이전에 미약한 희망이 보이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함과 걱정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닙니다. 체험판 공개 시점과 출시일까지는 불과 며칠 정도의 시간만 주어져 있었을 뿐. 참담했던 체험판이 정식판에서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져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개발팀의 일정이 아무리 빠듯했다곤 하나 게이머가 기다린 시간은 무려 7년. 창세기전이라는 이름이 갖는 영향력과 체험판의 플레이 경험이 주는 기대감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완성도는 지탄받아 마땅하죠. 어쩌면 우리가 기대해야 하는 건 희망이 아니라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img src="https://img2.quasarzone.com/editor/2023/12/05/76afccaf63e0f9a9863df318ffe46299.png" alt="퀘이사존"> 성공적인 리부트 사례와 IP 후광 없이 성공한 사례     성공적인 명작 리부트의 예시 라면 역시 발더스게이트 3가 있습니다. 2000년에 출시됐던 발더스게이트 2의 수십 년 공백기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놀라운 수준의 완성도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죠. 단순히 IP의 힘에 의존한 게임이 아니라 IP의 세계관을 계승한 새로운 명작의 탄생이자 완벽한 리부트의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IP에 힘에 기대지 않은 국산 게임의 반란도 있었습니다. 바로 데이브 더 다이버인데요. 오로지 게임성 하나로 스팀에서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무려 70,000개 이상 받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작금의 창세기전이 더 비교되는 지점이죠.     우리나라 최고의 IP를 가지고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충분히 대단한 일입니다. 원작을 플레이했던 게이머들의 기대 심리까지 고려한다면 중압감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컸을 테죠. 하지만 그게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의 체험판 완성도에 대한 변명거리가 돼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단순히 IP의 힘에만 의존하여 향수를 팔아보려는 전략 역시 더 이상 좋게만 봐줄 수도 없습니다. 되려 너무나 아끼는 그 이름이 더이상 더렵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조차도 아프게 만들거든요. 7년의 세월을 지나 드디어 오늘 창세기전이 복귀합니다. 그리고 지금 폭풍이 창밖을 때립니다. 바람소리와 스산한 빗소리가 사무실 창밖을 때린다 </td></tr></tbody></table></div><img src="https://img2.quasarzone.co.kr/editor/2020/05/11/22322c398032dd46898cd9812349cd1e.jpg" style="width: 800px;"> <a href="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4.0/deed.ko" target="_blank">퀘이사존의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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