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로 인해 XBOX 진영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워크래프트 시리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디아블로 시리즈, 오버워치, 캔디 크러쉬 사가 등 콘솔, PC, 모바일을 아우르는 메가 파워를 지닌 게임 IP가 더해지면서 MS의 퍼스트 파티 게임 라인업은 그야말로 화려해졌는데요.
특히 FPS 장르의 경우, 기존에도 막강했던 헤일로 시리즈, 둠 시리즈, 울펜슈타인 시리즈, 퀘이크 시리즈 등의 라인업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와 오버워치가 더해지면서 FPS 장르만큼은 경쟁사인 PS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압도적인 FPS 게임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후속작이 더 이상 출시되지 않고 있는 일부 게임 IP들을 부활시킬 것이라는 필 스펜서의 인터뷰는 게이머들의 행복회로를 돌리기에 충분했죠.
XBOX 퍼스트 파티 FPS 라인업 무쳤다!
극한의 자율 보장! MS의 관리 철학
그동안 MS는 인수했던 게임사들에게 간섭을 최소화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많은 개발비를 지원해 주는, 어떻게 보면 키다리 아저씨 같은 행보를 취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개발비 이슈로 구체화할 수 없었던 게임을 MS의 돈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개발하는 게임을 팔기 위해 퍼블리셔들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더블 파인 프로덕션은 사이코너츠 2(2021년 8월 25일 출시)에서 예산 문제로 취소했던 일부 보스전을 MS의 인수 후 다시 추가했고, 탱고 게임웍스는 그동안 만들어왔던 게임과 결이 전혀 다른 카툰 애니메이션 바탕의 리듬 액션 게임 하이-파이 러시(2023년 1월 26일 출시)를 출시했으며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펜티먼트(2022년 11월 15일 출시) 같은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들이 MS의 지원 아래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MS의 지원 아래 출시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
뿐만 아니라 웨이스트랜드 시리즈를 개발하며 개발비 충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브라이언 파고(인엑자일 엔터테인먼트 설립자)는 회사가 MS에게 인수되자, 웨이스트랜드 3를 끝으로 은퇴 의사를 철회하고 새로운 AAA급 RPG 타이틀을 개발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운 일화는 유명합니다.
타임머신을 소재로 인엑자일이 새롭게 개발중인 AAA급 RPG, 클락워크 레볼루션
퍼스트 파티가 이렇게 많은데, XSX 독점작 엄청 많겠죠?
개발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창의력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며 아름답게 보였던 MS의 행보는 뜻밖의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돈을 대주는 물주가 자율을 보장하기 때문에 관리를 하지 않는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좋았던 사례처럼 어떤 개발사는 MS의 지원 아래 번쩍이는 창의력을 가다듬고 열정을 쏟아내는 개발사도 있는 반면, 또 어떤 개발사는 배부르고 등 따뜻해지니 아마 나태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잠시 생각해 봅시다. 현재 MS 밑에는 약 40여 곳에 달하는 퍼스트 파티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플라이트 시뮬레이 시리즈로 유명한 아소보 스튜디오나 오리 시리즈로 유명한 문 스튜디오 같은 다수의 세컨트 파티 개발사도 갖추고 있습니다.
뭐, 액블 산하 개발사는 이제 막 인수했으니 제외한다 쳐도 25+@의 개발사들이 XBOX의 독점작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엑박 독점작은 매년 쉼 없이 쏟아져야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XBOX 시리즈 X 출시 후 기억에 남는 독점작이 몇 개 없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25곳에서 게임 하나를 5년간 초장기 개발을 한다 해도 매년 5개(일반적인 게임 개발에는 1~2년 정도 소요되고 WOW나 아이온, 로스트 아크, 검은 사막 같은 MMORPG 게임이 4년에서 5년 정도 개발하며, 싱글 대작으로 손꼽히는 위쳐 3가 약 3년 반,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가 4년 가까이 시간을 들여 완성했습니다), 3년에 하나씩이라고 해도 1년에 8개의 독점작은 출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XBOX 시리즈 X가 출시한 2020년 11월부터 지금까지 3년을 따져봐도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사이코너츠 2, 포르자 호라이즌 5, 헤일로 인피니트, 그라운디드, 하이파이 러시, 레드폴, 스타필드, 포르자 모터스포츠 정도로 현재까지 XSX 독점작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XSX 론칭 타이틀이었던 기어스 택틱스와 오리와 도깨비불, 추후 추가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 같은 게임은 PC판을 뒤늦게 XSX로 이식한 것이며, 이 중 오리와 도깨비불은 스위치로도 출시한 세컨드 파티 작품으로 독점작도 아닙니다.
신작으로 출시한 XSX 독점작들… 2020년 론칭 이후 3년간 겨우 이 정도를 꼽을 수 있다…
XBOX 개발사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물론 누구나 아는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개발 지연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론칭한 PS5 진영은 인섬니악게임즈 단, 한 곳만 해도 마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마블 스파이더맨 리마스터(2020년 11월), 라쳇 &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2021년 6월), 마블 스파이더맨 2(2023년 10월)를 출시했기 때문에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라고 치부하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스파 1 리마스터가 있다 하더라도, 같은 기간 동안 AAA급 작품의 흥행과 평가 모두 사로 잡은 인섬니악은 코로나를 피해 갔을까?
여기에 더해 PS5에는 파판 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 발키리 엘리시움, 포스포큰, 파판 16 독점 출시 및 XBOX만 제외한 택틱스 오우거 리본의 '스퀘어 에닉스'나 영웅전설 여의 궤적 1, 2, 이스 Ⅷ: 라크리모사 오브 다나, 이스 Ⅸ: 몬스트룸 녹스, 이스 Ⅹ-노딕스- 등 역시 XBOX를 제외한 채 출시하는 '니혼 팔콤' 같은 강력한 서드 파티 개발사가 있습니다. 매년 꾸준히 많은 작품을 출시하는 이들의 존재는 JRPG 장르를 위한 게임 플랫폼을 선택할 때 XBOX를 제외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죠.
PS의 강력한 JRPG 서드 파티 게임들! JRPG 장르를 좋아한다면 PS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게 퍼스트 AAA? 충격과 공포의 레드폴 사태
디스아너드, 프레이 등 이머시브 심 장르의 명가로 손꼽히는 아케인 스튜디오는 PS5 기간 독점으로 출시했던 데스 루프 이후 '레드폴'이라는 새로운 AAA급 타이틀을 준비하게 됩니다. 올해 5월까지 '포르자 호라이즌 5'와 '하이-파이 러시' 정도를 제외하면 흥행과 평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XBOX 독점작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XBOX 진영에는 구원 투수가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XBOX & 베데스다 게임 쇼케이스 2022에서 오프닝 타이틀로 선정할 만큼 MS 내에서도 많은 기대를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케인 스튜디오는 레드폴에서 자신들이 잘하던 싱글 플레이 이머시브 심 장르가 아닌 오픈월드 협동 플레이 루트 슈터 장르를 선택했는데요. 뚜껑을 열어보니 슈터 게임임에도 30 fps 제한, 형편없는 게임성과 수많은 버그를 지닌…, 아케인의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은 게임이었죠. 유명 게임 미디어인 PC게이머는 평점 '44점'을 주며 레드폴을 빗대어 '텅 빈 오픈 월드, 어설픈 슈팅, 닫힌 시스템은 단조롭고 지루한 경험을 준다'고 혹평했습니다.
오픈크리틱 57점, 게임 추천도 14%…, 많은 기대를 저버리고 제대로 망해버린 레드폴…
한편, 블룸버그의 제이슨 슈라이어[내용 출처]에 따르면 레드폴이 이 지경이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아케인의 모회사인 제니맥스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도록 소액 결제 시스템이 있는 게임을 원했다고 밝히며, 이 시기에 개발된 게임이 폴아웃 76과 울펜슈타인 영블러드, 그리고 레드폴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발 청사진을 보여줘야 할 임원들은 게임 예시를 자주 바꾸며 게임 개발에 혼선을 야기했고, 표류하는 게임 개발 등의 이유로 70%의 팀원이 퇴사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MS에 인수되면서 레드폴의 방향성이 개선되나 싶었지만, MS의 개발사 자율 보장 정책으로 이런 게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최소한 레드폴 출시 직전, 플랫폼 홀더로써 XBOX 게임 사업부는 자신들의 퍼스트 파티 AAA급 게임인 레드폴을 체크하고 완성도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했음에도 무관심하게 방치했고 이 사달이 난 것입니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MS의 자율 보장 때문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은 개발사 탓이라는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기대를 배신한 스타필드!
스타필드는 XBOX 시리즈 X로 출시하는 거대한 오픈월드 RPG 게임으로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가 엘더스크롤, 폴아웃 시리즈 이후 무려 2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신규 게임 IP입니다. 워낙 대단했던 전작들을 만들었던 개발사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게이머들 역시 많은 기대를 했는데요. 정작 돌아온 결과는 바로 비한글화 출시였습니다. 이미 스타필드의 안한글 사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왜 우리는 스타필드에 빡치는가?[링크]'를 통해 소개해 드린 바 있으니, 짧게 부연하겠습니다.
보통 PS의 소니, 스위치의 닌텐도, XBOX의 MS 같은 플랫폼 홀더는 각국 현지화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요. 예를 들어 '갓 오브 워'나 '젤다의 전설' 같은 대작을 현지화 해주면 당연히 해당 국가에서 그 게임이 많이 팔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퍼스트 파티 독점 타이틀인 경우,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콘솔까지 구매하는 킬러 타이틀의 역할을 하게 되죠.
대작 게임 하나 현지화했는데 콘솔까지 추가로 팔리면 기대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겠죠? 이렇게 콘솔을 구매하게 된 신규 유저는 해당 플랫폼의 다른 게임들을 추가로 구매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갓 오브 워를 통해 PS4에 유입되었다면 시리즈의 전작인 갓 오브 워 3도 사볼 수 있고, 라오어나 호제던, 마블 스파이더맨, 블러드 본 같은 PS 독점작을 추가로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게임 경험이 만족스러웠다면 후속작인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나 호포웨, 스파이더맨 2 등을 플레이하기 위해 PS5의 구매로도 이어지겠죠? 이것이 플랫폼 홀더들이 퍼스트 파티 게임과 AAA급 대작 게임들의 현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힘쓰는 이유입니다. 시작은 하나의 게임이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기대 수익이 엄청난 것이죠. 그런데 플랫폼 홀더인 MS가 자사의 최대 기대작인 스타필드를 한글화 하지 않았다는 말은 우리나라 게임 시장을 등한시 한다는 의미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스타필드 한글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확인해 보시면 좋습니다.
왜 우리는 스타필드에 빡치는가?[링크]
그런데 정작 스타필드의 문제는 한글화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레드폴에 이어 스타필드 역시 콘솔 30 fps 제한, 수 많은 버그, 도저히 AAA급 타이틀이라 볼 수 없는 생동감 없는 npc와 시선 처리, 맥락 없는 스토리, 우주 탐험 요소가 없는 딸깍 이동, 형편없는 최적화와 이에 대해 PC를 업그레이드하라는 토드 하워드의 발언, 리뷰어들에게 보낸 편지 이슈, 수준이 의심되는 적 AI 등 우주에서 펼쳐질 스카이림을 기대했던 많은 이의 기대를 저버리는 게임이었습니다.
XBOX 팬들에게 스타필드는 PC의 발더스 게이트 3, PS5의 마블 스파이더맨 2, NSW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원더 같은 GOTY를 두고 싸우는 각 플랫폼의 대표작이길 바랬지만, 실상은 '딸깍필드'라 불리며 놀림 받게 되었고, 심지어 이제 베데스다 스튜디오의 기술력까지 의심하며 추후에 출시될 엘더스크롤 6도 결국 모더에게 의존하는 미완성 게임이 나오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최적화 문제에 대해 스타필드는 차세대 게임이니 PC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토드 하워드[출처: 블룸버그 인터뷰]
닌텐도와 소니를 배워야 한다!
닌텐도의 퍼스트 파티 관리는 두 단어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바로 '밥상 뒤집기'입니다. 개발 상황이 제아무리 진척되었더라도 게임이 재미가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는 사내 문화를 의미합니다. 바로 닌텐도의 전설적인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가 밥상 뒤집기로 악명 높았는데요. 이는 처음부터 다시 만들더라도 게임의 근본이 되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밥상 뒤집기의 대표작이라면 메타크리틱 99점에 빛나는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를 비롯하여 수많은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보통 게임이 연기되면 팬들이 화내기도 하지만, 미야모토의 밥상 뒤집기로 발매 연기가 된다면 게임 팬들이 발매 연기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마리오, 젤다의 전설, 동키콩 등 수많은 작품을 개발한 전설! 미야모토 시게루 [이미지 출처]
닌텐도가 미야모토 시게루 밑에서 관리가 이뤄진다면 소니는 닌텐도와는 다소 결이 다릅니다. 소니는 너티독이나 SIE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같은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의 AAA급 타이틀에 대해 메타크리틱 90점 이상을 목표로 개발할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최소 메타 90점 이상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기를 압박하면서, 대신 이를 위해 모든 지원과 시간 투입을 아끼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소니는 퍼스트 파티 AAA급 타이틀에 대해 매우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닌텐도와 소니의 관리가 모두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스위치와 PS5와 XSX 중에서 '게이머들이 원하는 재밌는 독점 게임을 누가 많이 만들고 있냐'는 관점으로만 봤을 때, 닌텐도와 소니가 선택한 것처럼 퍼스트 파티 게임에 대한 관리·감독 아래에서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까지 인수하며 더욱 공룡이 되었습니다. 40여 곳에 달하는 능력 출중했던 퍼스트 파티 개발사들이 있죠. 옛 말씀 중에,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MS가 개발사의 자율을 존중하되 닌텐도와 소니를 보며, 게임 품질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체크는 필요하다는 점을 꼭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제2, 제3의 레드폴과 스타필드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게임 소식은 퀘이사플레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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