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QM중독입니다.
매년 지스타를 기다리다 보면, 그해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정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지스타는 항상 수능일에 맞춰 개최하기 때문인데요. 그 덕분에 개최 첫날은 수능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는 중·고등학생이 많이 보러 오고, 둘째 날은 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이 많이 보러 오는 편입니다. 그리고 매년 그렇듯이 올해 지스타도 수능일인 11월 16일에 맞춰 개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11월 게임 캘린더 소개 기사를 작성하는 중에 보니 수능 일정 코 앞에 매우 독한 녀석(?)의 출시가 보이더군요. 물론 수험생 여러분은 수능일까지 만이라도 잠시 동안 게임을 안 하는 것이 더욱 좋겠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수험생 여러분께 수능일까지는 피하야 할 독한 녀석들, 악마 같은 게임들을 공유할까 합니다. 여러분이 적어도 이 녀석들 만큼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1. 풋볼 매니저
흔히 풋볼 매니저(FM=Football Manager) 시리즈를 빗대어 3대 악마 게임이라 불렀습니다. 심지어 축구를 좋아하는 영국에서는 수많은 부부의 실제 이혼 사유가 되기도 했던 게임인데요. 문명과 함께 악마 게임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FM 시리즈의 최신작인 FM 2024가 수능 9일 전인 11월 7일 출시합니다. 심지어 지금 예약 구매를 하면 지금부터 사전 플레이를 할 수 있죠.
매년 똑같은 게임 아냐?
이번 FM 2024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유명 전술 중 하나로 최근 많은 감독들이 따라서 적용하고 있는 '인버티드 풀백' 전술이 도입되었습니다. 풀백들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면서 수비를 보완하기 때문에 수비를 탄탄하게 갖추고 중원 숫자 싸움에 우위를 가져가며 경기장을 장악하거나 후방 플레이메이커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최근 대세 중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전략이죠. 당연히 이에 맞춰 중앙 수비수의 롤도 세분화되면서 전술이 추가되었는데요. 멘시티를 예로 들면 카일 워커 같은 풀백들이 직선적으로 올라갈 때도 있지만 인버티드 풀백으로 접고 들어올 때, 스톤스 선수가 중앙수비수 임에도 미드필더처럼 위쪽으로 전진했던 전략/전술들이 이번 FM 2024에 구현되었습니다.
인버티드 풀백 전술 추가와 리베로의 서포트를 통해 스톤스 선수처럼 전진 배치할 수 전술이 마련되었다
한때 FM 마니아들 사이에 FM은 짝수 버전을 사라는 말이 돌기도 했는데요. 내년에 출시할 FM 2025는 게임 엔진부터 교체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기 때문에 사실 그때 더 많은 변화를 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가장 익숙하게 플레이해 왔던 FM은 FM 2024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FM은 왜 중독적일까?
세계 5대 프로 축구 리그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권이나 축구가 인생 역전의 수단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그리고 일부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또 하나의 인생과도 같습니다. 자신을 팀에 투영하여 승리에 환호하고 슬퍼하며 좌절하기도 하지만,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은 축구와 같은 스포츠의 힘이기도 합니다. 사실 유럽은 열정을 넘어 광적으로 빠진 훌리건들이 문제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세계적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축구입니다. 일례로 코트디부아르 공화국의 내전이 심화되었을 때, 국내에서 '드록神'으로 유명한 드록바 선수(코트디부아르 대표팀)가 월드컵 본선을 앞둔 인터뷰에서 "서로를 용서하고 무기를 내려놓자"는 메시지 이후 실제로 내전의 종식까지 이어진 일화는 매우 유명한데요. 그만큼 축구가 세계적인 스포츠이고 그 인기와 매력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축구에 미쳐 폭력, 방화 등을 일삼는 훌리건[출처]과 축구로 전쟁을 종식시킨 드록바[출처]
여기서 FM은 축구의 매력에 게임의 상상력이 더해져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리오넬 메시, 킬리안 음바페, 엘링 홀란드 같은 슈퍼스타들을 내가 좋아하는 팀으로 스카웃한다던가, 하부 리그 팀을 맡아서 장기적으로 육성하며 리그 승격을 거듭한 뒤 최종적으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거머쥘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강인, 주드 벨링엄, 자말 무시알라, 자이르 에메리 같은 신성들을 육성하며 전설로 키워가는 맛도 있죠.(뭐 이미 주드 벨링엄은 레알 이적 첫해부터 전설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지만요)
심지어 유망주들이 아니라도 지금은 팀 없이 FA로 방치된 과거의 전설들을 저렴하게 데려와 자신만의 로망인 팀을 만들 수도 있는데요. 머릿속으로 이들의 전술 합을 맞춰보고 부족한 포지션을 스카우팅하고 선수를 관리, 유스 육성 등을 하다 보면, 업무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런 일들이 '왜 재밌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수백 시간을 붙잡고 하게 만드는 마성을 지녔습니다.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초호화 멤버들 구성이 가능하다! [선수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및 위키백과]
FM이 또 재밌는 이유는, 선수들의 능력치가 꽤 그럴듯하게 반영되어 있는 점입니다. 여러분이 FM에서 게임에 반영된 잠재력을 보고 유스부터 키우다 보면, 현실에서 몇 년 뒤 그 선수들이 실제로 포텐셜이 터지면서 유명 선수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FM 개발진이 아무 생각 없이 선수의 숫자를 입력한 게 아니라, 전문 스카우터들이 수집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죠.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FM을 하면서 각 리그의 유명 선수와 팀을 만나보면서 축구를 알아가고 각 팀의 연고지, 라이벌 관계 등을 배우면서 가벼운 축구 대화에도 낄 수 있는 축구 지식을 갖추게 되는데요. 여러분도 모르는 사이에 각 팀의 유망주들까지 섭렵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 축구마니아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문명 시리즈 역시 시간이 사라지는 기적을 일으키는 타임머신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게임입니다. 문명 시리즈를 접하면 세상과 단절되어 문명만 플레이하다 보니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게 되면서 '운명문명하셨습니다!'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하는데요. 문명 5부터 문명 시리즈는 게임 난이도를 크게 낮춰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게 되면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인성 터진 간디?
문명 5에서 비폭력주의자이자 '위대한 영혼'이라는 의미의 '마하트마' 간디가 게이머에게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내놓으라며 플레이어를 협박하는 이미지가 인터넷상에 공유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시작했는데요. 이것은 문명 시리즈에서 개발자의 실수1)로 간디의 공격성이 높아진 버그였지만, 이를 재밌어하는 게이머들로 인해 여전히 문명 시리즈의 고유한 특징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1): 간디의 공격성 수치는 게임 내에서 가장 낮은 1이며, 게임에서 민주주의 채택 시 공격성 수치가 2만큼 더 낮아져야 하지만, 0부터 255까지 사용하는 16진법의 범위에서 버그로 인해 -1이 아닌 가장 높은 255가 되면서 가장 맹렬한 공격성을 띠게 되었습니다 [출처: kotaku]
평화주의자의 본성! ㅋㅋ
문명하셨습니다~
간디의 짤을 보고 재밌어 보여 게임을 시작하면 기초 설명서라 할 수 있는 튜토리얼만 조금 했는데 몇 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한 턴만 더 할까?'라는 생각이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 너머로 해가 밝아오는 모습을 매우 빈번하게 보게 되죠.
문명 시리즈는 한판을 끝내는 데도 오래 걸리지만, 승리를 거두더라도 또 다른 군주를 선택하거나 새롭게 생성되는 맵에서 얼마든지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승리 루트를 향해 반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몇백 시간 플레이 유저는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몇천 시간, 심지어는 만 단위 시간을 플레이한 유저들도 스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만 시간은 단순하게 하루에 1시간씩 문명을 했다면 거의 27년 넘도록 플레이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긴 시간인데요. 높은 중독성으로 인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녹여서, 말 그대로 '문명하셨습니다'를 실천하게 되는 것이죠. 수능 전이라면 FM과 함께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게임이며, 문명을 접하는 순간 어쩌면 수능일 아침까지 문명 하다 졸린 눈으로 시험 보러 가실 수도 있습니다.
3. 리그 오브 레전드?
원조 3대 악마 게임이라면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히마매) 시리즈가 차지해야겠지만, 후속작의 연이은 실패로 인해 이제 3대 악마 게임으로 논하기엔 아쉬움이 많은 작품입니다. 그 외로 높은 중독성을 지닌 작품 중에는 WOW나 리니지 같은 MMORPG 게임, 그리고 패러독스 인터렉티브에서 출시하는 전략 게임들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 작품들은 진입 문턱이 매우 높은 게임들이기 때문에 수능을 코 앞에 두고 시작하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게임을 피하라고 당부하고 싶을까요? 바로 여러분이 많이 하시는 '리그 오브 레전드'입니다.
평소라면 당연히 플레이하셔도 괜찮습니다만, 이제 수능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지금은 간곡히 말리고 싶습니다. 모든 게임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심지어 롤드컵 기간이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롤 한판 할까?' 싶은 마음도 들 텐데요. 문제는 롤을 하다 보면 여러분의 멘탈을 높은 확률로 날려버리는 불쾌한 경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라인전에서 밀리고 있으면 우리편으로 부터 '** 저거 뭐함?' 같은 표현이나, 혹은 우리편 정글이 상대 진영으로 카정을 갔고 동선이 대각이라 우리 정글을 먹어도 상관 없을때 정글몹이라도 하나 먹으면 같은 편 정글러에게서 무수히 많은 ??? 갈고리가 찍히며 시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는 여러분이 정글러인데 라이너가 라인전에서 밀리면, 뒤를 얼마나 봐줬더라도 갑자기 '정글 차이', "적 정글은 탑(or 미드)에 사는데~~~!"를 외치면서 여러분을 비방할 것입니다. 평소라면 잘 대처하실 수 있겠지만, 수능을 앞두고 신경이 예민할 때 이런 사소한 시비에 넘어가 말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요. 비방하는 상대가 듀오라면 두 명이서 여론을 몰고, 아무리 논리적으로 대응해도 욕설과 함께 부모님 안부를 찾고, "응~ 개 못해~ ㅋㅋㅋ" 같은 비아냥대는 반응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잠깐 쉬면서 재밌자고 게임 한판 했는데, 아무리 잘하고 있더라도 정치질을 당해 멘탈 털리고 나면, 남은 시간 동안 제대로 공부가 될 리가 없습니다.
밈 화 되어버린 정글 차이를 말하는 칸 선수 인터뷰[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그뿐만이 아니죠. 친구랑 듀오를 하는 경우에도 흔히 생기는 케이스인데요. 미드/정글 듀오나 봇 듀오를 플레이하면, 높은 확률로 미드나 원딜이 정글러나 서포터에게 '이니시를 그렇게 걸면 어떡하냐?'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중 서로 사인이 안 맞은 것 뿐인데요. 역시 평소에는 별문제가 아니지만, 시험을 앞두고 신경이 예민한 시기에 게임이 잘 안 풀리거나, 혹은 아군한테 정치질을 당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기분이 나빴을 때… 같이 하는 친구마저 무심코 상처가 되는 말을 툭! 내뱉는 경우가 생길 수 있죠.
실제로 롤을 하다 틀어지는 인간관계를 종종 볼 수 있고, 하필 그 시기가 수능 직전이라면 불편해진 관계에서 오는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 동안의 시험 중 가장 중요도가 높은 시험 중 하나인 수능에 앞서 신체적인 컨디션 조절도 중요하지만, 멘탈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롤처럼 정신적인 데미지를 주는 게임은 수능이 끝날 때까지 딱 2주간은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끝으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도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즐겼고 인생을 갈아 넣어서 게임을 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MMORPG를 할 때에는 자는 시간 외에는 거의 PC 책상 앞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게임에 파뭍혀 살았던 적도 있고, 친구들과 PC방에서 몇 날 며칠을 밤새며 즐긴 적도 많았습니다. 여전히 게임을 매우 좋아하고 즐기지만 저도 게임을 즐기며 호되게 당해보기도 했기 때문에, 이제 수능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만큼은 수험생 여러분이 피해야 할 게임을 골라봤습니다.
참고로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 있는데요. 제 얕은 지식과 어쭙잖지만 시험을 그럭저럭 봐온 경험을 공유해 드리면, 정말로 시험이 임박해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실 때는 교과서 같은 이론서나 어려운 문제집들은 덮어두시고 지난 수능에 출제되었던 기출 문제를 풀고 또 풀고, 다시 푸세요.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한데요. 아무리 시험의 난이도가 매년 달라지고 출제자가 바뀌고 문제 성향이 바뀐다 한들, 교과 과정에서 큰 줄기를 이루는 핵심은 똑같습니다. 올해 중요한 게 작년에도 중요했고, 5년 전에도 중요했으며, 10년 전에도 중요했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있는데 출제자가 바뀌었다고 안 나올까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A 교수에게 중요한 것은 어차피 B, C 교수가 보더라도 중요하기 때문에 출제자가 바뀌어도 시험에 높은 확률로 다시 나오게 됩니다. 기출 문제 팁이 도움 되기를 바라고요. 틈틈이 휴식도 취하면서 컨디션 관리, 멘탈 관리 잘 하시고, 수능 전날에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셔서 평소보다 고득점 하시기 바랍니다.
※ 기출문제 풀이는 수능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험에서 큰 도움이 되는데요. 단, 출제자에 따라 견해와 해석이 상반될 수 있는 법학만큼은 논외입니다. 담당 교수님(출제자)이 어떤 국가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따라 기조가 달라지고, 의견이 분분한 학설에서 어느 견해를 펼치시는지를 답안에 풀어내는 것이 법학에서 통설의 해석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수능 잘 보시고, 퀘이사플레이에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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