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월드라는 우연한 이야기
기적으로 만들어진 팰월드
목차 - 돈만 있다고 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출시하지 못한 첫 번째 게임
- 우리 스스로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가 결정한다
- 팰월드라는 우연한 이야기
- 기적 1: 20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업계 미경험자가 청년 에이스로 거듭나다.
- 기적 2: 유니티에서 언리얼 엔진 4로 엔진 전환에 성공하다. 기존 코드는 모두 폐기했다. 사내에 UE4 경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기적 3: 몬스터를 100개 이상 만들었다. 사내에 모션 경험자는 없었다.
- 기적 4: 예산 관리를 하지 않았다. 10억 엔 정도 들여 아슬아슬하게 완성했다.
- 기적 5: 서류전형에서 불합격시킨 신입사원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 되었다.
- 기적 6: 팰월드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으로 완성되었다.
1. 돈만 있다고 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래프토피아를 개발한 이후 3년 동안 팰월드라는 게임을 계속 만들어왔다. 그리고 드디어 3일 후에 출시하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길었다. 돌이켜보면 굉장히 돌고 돌아온 것 같다. 할 필요가 없는 실패의 연속이다.
스팀 팰월드 상점 바로가기
알았더라면 넘어질 필요가 없는 곳에서 몇 번이나 실패했다. 업계 전문가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을 우리는 몰랐다. 우리가 아마추어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모든 것이 모르는 것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 우여곡절이 인연을 만들어 지금의 팀을 만들었다. 업계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마추어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포켓페어라는 회사가 게임업계 출신 프로페셔널들이 모여서 펀딩을 하고 자본이 풍부한 상태였다면, 팰월드라는 게임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돈만 있다고 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출시하지 못한 첫 게임
사실 우리 포켓페어가 처음 만든 게임은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 2년 동안 개발했지만, 퍼블리셔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8년 전 이야기다. 2016년쯤, 내가 아직 27살이었을 때다. 나는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만은 왠지 모르게도 있었기 때문에 대학 후배인 @weray166과 함께 모바일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진심으로 그 게임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대기업을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나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JP모건을 그만두는 데 이것저것 고민하다 3년이 걸렸지만, 그는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뛰어난 놈일수록 회사를 빨리 그만둔다. 그는 나보다 더 뛰어났을 것이다.
우리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상업 게임 개발에 죽기 살기로 임했다. 게임의 재미를 추구하는 데는 전혀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여러 번 게임을 다시 만들면서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주었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프로토타입도 하루 만에 만들어보고 바로 버렸다. 매일 프로토타입이 쌓여갔고, 대부분 폐기처분되었다.
개발 도중에 개발 엔진을 cocos2dx에서 유니티unity로 변경하기도 했다. 3D 게임을 만들려면 유니티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기존 코드 자산과 에셋은 모두 폐기했다. 엔진 다루는 방법도 모두 제로부터 다시 시작했다. 동기부여도 떨어진다. 엔진을 바꾼다고 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떻게든 해냈다.
그로부터 2년…
지금의 회사 이사가 될 사람을 만났고 함께 여러 게임 회사에 게임을 들고 다녔다. 퍼블리셔가 되어주고, 자금을 조달하고, 프로토타입에서 본 개발로 넘어가기 위해서였다. 게임의 재미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만든 프로토타입이 어떻게 비즈니스가 될지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주요 게임사들을 다 만나면 한 군데 정도는 잡힐 거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회사. 따뜻하게 맞아주고 검토를 해주었다. 기획과 프로토타입의 세세한 문제점을 지적해 주었기 때문에, 가지고 돌아가서 대책을 세우고 자료를 다시 만들었다.
개발진에게는 "반응은 좋았어! 여기 좀 더 개선하자!"라고 전했다.
동시에 2, 3곳의 업체와 약속을 잡고 기획안과 프로토타입을 가져갔다. 어느 회사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거 괜찮다!"라는 생각에 각 회사의 피드백에 대응하면서 사내에서 기다리는 멤버들에게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당연히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기획의 최종 결정을 위해서는 각 단계마다 승인자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각 회사와 미팅을 반복하면서 점차 본질적인 문제는 기획의 내용이나 프로토타입의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회사나 하는 말은 거의 비슷했다. "아, 프로토타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네요. 그래서..."
"회사 설립 배경은? 경력은?" ※1
"예산은?" "좌조는?" ※2 "IP는?"※3
※1 요컨대 게임 업계 출신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든 게임은 무엇인가? 그 게임이 얼마나 매출을 올렸는가? 당신이 만들면 얼마나 성공할 확률이 높은가를 묻는다. 게임 업계 미경험자의 진입은 애초에 성공 확률이 극히 낮다.
※2
좌조라는 것은 어떤 체제로 게임을 개발하느냐는 것이다. 당시 포켓페어는 사실상 3명이 전부였기 때문에 억대 예산의 게임을 개발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개발사를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운영 단계로 넘어가면 운영 체계도 문제다. 설령 퍼블리셔로부터 예산을 확보했다고 해도, 실제로 만들어서 운영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3
이 무렵 이미 소셜 게임 업계는 몬스터 스트라이크モンスターストライク(モンスト)나 퍼즐앤드래곤パズル&ドラゴンズ(パズドラ)과 같은 '놀이의 발명품'으로 파는 게임에서 'IP(드래곤볼과 같은 유명 작품)'를 중심으로 한 게임 판매 방식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우리 회사의 이사로부터 사전에 조언을 받았기 때문에, 예상 질문 답안을 모두 슬라이드에 담았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시나리오로서는 나쁘지 않은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 물어보고 이야기를 정리한 결과는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 "우리 회사 체제를 감안하면 좀 어렵네요." "IP가 없으면 좀 어렵습니다."
- "IP가 없으면 좀 어렵겠네요...."
- "게임의 새로움 만으로 승부하기에는 조금 어렵다."
- "계속해서, 상황이 바뀌면 다시 한번 상담해 주세요"
어느 곳도 언급하는 것은 게임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다. 프로토타입을 만져보지도 않는 회사도 있었다.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좌담회나 예산, 개발 계획 등 게임 이외의 것들이다. 게임의 손맛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이다.
게임의 이곳이 나쁘다고 지적을 받으면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게임 내용 이외의 개발 체계에 대한 이야기는 직원이 3명에 불과한 우리 회사로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점점 거절당하는 회사가 수가 늘어났다. 2곳, 3곳. 병행해서 5곳, 6곳… 개발 멤버에게는 "아깝다! 다음에는 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5곳 정도에서 거절당하기 시작하자 점점 그들도 눈치를 챘던 것 같다.
거절당할 때마다 게임 프로토타입을 더 다듬었다. 속으로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개선했다. 자료도 그때마다 다시 만들고 디테일을 다듬었다. 자료의 디자인도 계속 업데이트했다. 자료의 퀄리티만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10개 이상의 회사를 방문했다. 이사가 인맥을 총동원해 약속을 잡아주었다. "이번에야말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상대방을 만났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와야 했다. 마지막 몇 개 회사의 결론이 어느 날 메일로 날아왔다. 결국, 모든 회사에서 거절당했다. 몇 군데는 아슬아슬한 곳까지 갔던 것 같은데, 결국 실패했다. 퍼블리셔 측의 내부 체제 변화나 개별적인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멤버들은 역시 조금 침울해했다. 나는 우울하다기보다는, 게임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부분을 뼈저리게 피부로 느꼈다.
게임 사업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대박이 나면 큰 이익이 나지만, 그렇지 못하면 (역주: 투자금을) 거의 회수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 사업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게임이 히트할지 여부는 사실 사전에 거의 알 수 없다. 히트할 확률조차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대형 타이틀일수록 미리 알 수 없는 것이 더 많아진다. 그래서 적어도 '알 수 있는' 곳을 늘리려고 한다. '알 수 있는' 곳이란, 즉 실적이다.
- '검증된 퍼블리셔'가
- '검증된 개발사'와
- '검증된 일러스터나 시나리오 작가'와 짝을 이루어
- '검증된 장르'에서
- '검증된 게임 디자인'의 게임을 만든다.
이것이 바로 '히트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는' 게임인 것이다. 소셜 게임 업계가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전환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히트 확률은 50%도 안 된다. 가혹한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신생 개발사를 이용할 장점 같은 건 거의 없다. 요컨대 - '실적이 없는 개발사'가
- '실적이 없는 게임 디자인'으로
- (역주: 성공 전례가 없는) 새로움이 있는 게임에 몇억 엔(역주: 몇십억 원에 해당)을 받고 개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반성은 있지만, 답은 간단하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것뿐이라면 그나마 괜찮다. 우리는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다른 회사(퍼블리셔)에게 위험을 무릅쓰라고 한 것이다. 그런 민폐스러운 이야기는 없다. 조금 재밌는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회사가 하기에는, 너무나 큰 사업이었던 것이다.
3. 우리들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가 결정한다
기획이 통과되지 않아 게임을 출시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온 힘을 다해서, 모든 것을 쏟아붓고, 고민 끝에 만든 게임은 출시조차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2년 동안 열심히 개발하고, 논의를 거듭하고, 10군데 이상 회사를 돌면서 마주한 현실이다.
거기서부터 생각을 바꿨다. 게임 내용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불손한 생각일 수 있지만, 우리 게임을 평가할 수 있는 회사는 안타깝게도 없다. 프로토타입으로 팔릴지 안 팔릴지 판단할 수 있는 회사는 세상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재미있는 게임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알아보는 놈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 우리가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게임을 우리 돈으로, 우리 스스로 출시하는 것이다.
우선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게임을 만든다. 실패한 타이틀은 예상 예산이 수억 엔이 넘는 타이틀이었다. 그 규모가 되면 퍼블리셔에게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러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된다. 작아도 좋으니까 우리끼리 다 만들고, 그리고 자체적으로 출시하는 것이다. 개발 시작 후 2년이 지났을 당시, 모바일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완전한 레드오션(역주: 경쟁이 너무 심해서, 서로의 피로 붉게 물든 바다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장 포화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 광고비 없이 싸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애초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들이 취미로 하는 게임은 '스팀'이라는 PC 게임 플랫폼의 게임이었다. 스팀에서 게임을 직접 출시하면 되겠다. 그렇게 깨닫고 당시 좋아하던 슬레이 더 스파이어[스팀]와 크래쉬 로얄[구글플레이]을 조합한 오버던전 개발을 시작했다.
약 6개월 만에 완성해 얼리 엑세스로 스팀[오버던전 링크]에 출시했다. 다양한 유저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열정적인 유저로부터 대량의 피드백을 받았다. 우리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확신했다. 우리끼리, '스팀'에서 게임을 출시하면 되는 것이다.
이후 주식회사 포켓페어라는 지금까지 3개의 게임을 출시했다. 모두 스팀이라는 플랫폼에 자체적으로 퍼블리싱하고 있다. 첫 번째 게임을 통해 깨달았다. 아무리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걸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범위의 것을, 우리 스스로 출시하면 되는 것이다. 재미에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렇게 출시되어 온 것이 이 게임들이다.
그리고 3일 뒤, 여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 우리의 대표작이 추가된다. 그동안의 실패와 고생, 반성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새롭게 팀을 구성해 정말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집대성의 게임이다.
그것이 바로 '팰월드'이다.
팰월드를 출시하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각 게임에서 각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쌓아갔다. 어느 한 게임이라도 없었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4. 팰월드라는 우연한 이야기
출시되지 않은 환상의 첫 작품이 없었다면 오버던전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버던전이 없었다면 크래프토피아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크래프토피아가 없었다면 팰월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게임은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출시됐다.
환상의 1편도 정말 몇 번이나 다시 만들었었다. 프로토타입은 잘 못 만들면 20개 정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싸움...이랄까? 아니, 의견 차이로 인한 논쟁도 수백 번을 했다. 도저히 풀기 어려운 문제에도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리고 그것은 보상을 받지 못했다.
오버던전 역시 고생이 많았다. 스팀에 게임을 처음 공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출시 후 매일 업데이트를 반복했다. 해보면 알겠지만, 죽을 만큼 힘들었다. 퍼블리셔와 처음으로 협상도 했다. 계약도 했다. 잘 안 되는 일도 많았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실패라고 생각한다.
크래프토피아도 힘들었다. 애초에 처음에는 배틀로얄을 만들자는 이야기였다. 게임의 방향성은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 버그투성이로 출시됐다. 출시 후 역시 매일 업데이트를 했다. 죽을 만큼 피곤했다. 테스트에서 치명적인 버그가 나올 때마다 배포하고 공지사항을 다시 작성했다. 그래도 플레이어들이 응원해 줘서 어떻게든 게임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맞이한 팰월드. 몇 년 동안 게임을 만들면서 나름대로 배운 것이 많았다. 하지만 팰월드도 역시 '올바른 게임 개발'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지금 팰월드가 완성되어 이렇게 출시할 수 있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런 진행 방식, 이런 제작 방식으로 어떻게 이렇게 멋진 게임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게임 개발'의 정반대의 방식이다.
수많은 기적이 있었기에 지금의 팰월드가 있다. 여기에 쓰지 못한 기적도 많이 있다. 애초에 디렉터인 코타로 씨가 지원한 것부터가 거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원래 그는 넷이즈에 갈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연히 트위터에서 모집 공고를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연락했다고 한다. 그 결과 그가 팰월드를 디렉팅하게 됐다. 이런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다.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다고 믿고 만들어온 게임 타이틀이 사람들과 인연을 연결해 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더 많은 기적이 있었지만,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 기적 1: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업계 미경험자가 이제 젊은 에이스
- 기적 2: 유니티에서 언리얼 엔진 4로 엔진 마이그레이션에 성공했다. 기존 코드는 모두 폐기했다. 그런데 사내에 UE4 경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기적 3: 몬스터를 100개 이상 만들었다. 모션 경험자는 사내에 한 명도 없었다.
- 기적 4: 예산 관리를 하지 않았다. 10억 엔 정도 들었는데, 간신히 완성했다.
- 기적 5: 서류 전형에서 불합격시킨 신입 사원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 되었다.
- 기적 6: 팰월드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으로 완성되었다.
기적 1: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업계 미경험자가 젊은 에이스가 되었다
팰월드는 젊은 인재가 많은 프로젝트다. 직원 수 10명 남짓한 회사에 우수한 신입 사원은 보통 지원하지 않는다. 그런 인재는 설령 온다고 해도 대기업에 빼앗길 것이고, 신입 사원이 이런 회사에 올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행운이 따랐을까?
우연히 채용한 멤버가 우연히 유난히 뛰어났을 뿐인 것이다. 팰월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총'이다. 일본에서는 배틀그라운드 열풍과 함께 FPS/TPS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꽤나 인지도를 얻었지만(역주: 원문은 '시민권을 얻었지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애초에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히트하는 게임은 FPS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렇게 RPG만 만드는 나라는 일본 정도밖에 없다.
팰월드의 기획 초기부터 FPS/TPS 관점에서 '총으로 쏘는' 놀이를 메인으로 삼는 것은 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 RPG만 만드는 일본에서 총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국산 FPS/TPS가 있었을까? 내가 겨우 떠올릴 수 있는 건 '바이오하자드' 정도이다. 더군다나 바하는 오롯이 총기 위주의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구방위군'은 좀 특수하고, 뭐, 그런 핀포인트 경력자 채용은 무리겠지. 나는 정말 난감했다. 물론 모두 아마추어라도 어느 정도 형태는 되겠지만, 가급적이면 FPS/TPS 게임 제작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일본인 채용이 불가능하다면 외국에서 FPS/TPS 게임 제작 경험이 있는 외국인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팀 구성으로는 영어만 할 줄 아는 인재를 받아들이기에는 현장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애초에 팀 내에 총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진 사람도 없다. 나 역시 AK-47 정도는 알지만, 구경 이야기 같은 게 나오면 난감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평소처럼 트위터를 순회하기로 했다. 테마를 총으로 좁혀서 트위터에서 무작정 검색을 했다. 그러던 중 특이한 계정을 하나 발견했다.
"이 사람, 총 재장전 모션 동영상만 올리네…?"
본인에게 전재 허락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모든 트윗이 영어로 되어 있다. 해시태그만 일본어다. 영어 수준은 원어민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캐주얼하고 익숙한 영어다. 적어도 일본인이 쓰는 학교 영어는 아니다. 속어도 있다. 외국인인가? 돌직구를 좋아하고 영어가 능통하다면 중국인이나 한국인…? 하지만 트윗에 간체자나 한글은 없다.
어쨌든 총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일본에 살고 있을 확률은 낮을 것 같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문제는 총의 재장전 애니메이션에 유난히 집착해 동영상을 계속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뭐, 좀, 아니, 확실히,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심한 편견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원한다. 총에 국한되지 않고, 무언가에 유난히 집착하는 사람은 대체로 특이한 사람일 것이다. 그 정도가 적당하다. 팰월드는 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일단 연락해 보자. 빠르게 늘고 있는 트윗에 리플과 DM을 보내봤다. 영어로 보낼까 고민했지만, 일본어로 답장이 오면 일본인임이 확실하니 일단 일본어로 보냈다.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게임 업계 경력자인지 여부였다. 역시나 이 정도 퀄리티의 영상을 올리고 있고, FPS 시점의 재장전 모션 영상을 올리고 있으니 아마 게임 업계 종사자일 것이다. 어쩌면 애니메이션 업계나 CG 업계일 수도 있다. 이쪽은 업계가 가깝기 때문에 결과물만 봐서는 특정하기 어렵다. 의뢰한다면 당연히 게임업계 경험자가 좋다. 가장 알고 싶은 궁금점을 솔직하게 물어보니 바로 답변이 왔다.
"네…? 경험 제로라는 게 무슨 뜻이야? 취미?" '게임 회사 등'이라는 질문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 게임 회사에서의 경험은 제로이고, 애니메이션이나 CG 업계, 혹은 다른 업계에서 CG 애니메이션에 종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느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프리랜서…????"
"취미…????"
"어이쿠, 어떻게 된 거지? 이런 사람이 세상에 있구나." 바로 약속을 잡고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구글 미팅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리한 시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업계 경험이 없고, 지금은 홋카이도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과 툴 사용법은 모두 유튜브를 보고 독학으로 익혔다고 한다. 무섭다… 독학으로 여기까지 갈수 있구나…
영어에 관해서는 FPS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혔다고 한다. 대부분의 일본인이 대학생까지 10년 이상 공부해도 습득하지 못하는 영어를 FPS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 습득하는 것은 솔직히 보통 일이 아니다.(참고로 입사 후 영어 글쓰기뿐만 아니라 읽기, 듣기, 말하기까지 모든 것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개발 중인 동영상을 제공하고 개선점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자 우선 교대근무에 대한 걱정이 먼저 나왔다. 정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다.
바쁠 것 같아서 힘들 것 같다…. 보낸 시간이 밤 20:12였기 때문에, 역시나 아르바이트로 바쁠 것 같고, 이런 시간에 보내서 미안하다, 오늘은 답장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5분 정도 지나서 아래와 같은 답변이 왔다.
"이건 진짜다…" 25분 만에 이런 답장은 보통 쓸 수 없다. 글에 열정이 묻어난다. 게다가 초면에, 이 정도의 지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지적 내용도 타당성이 있는 내용이었다. 틀림없이 평소에 FPS를 많이 플레이하고, 총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이 필요했다. 이런 사람과 함께 총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은 언제나 가지지 않은 자들의 편이니까.
바로 업무 위탁 계약을 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아직 20살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중졸이다. 스무살에 독학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애니메이션 기술을 익히고, 취미로 총기 재장전 애니메이션을 유튜브와 트위터에 열심히 업로드하고 있었다.(게다가 그 조회수는 수십만 회가 넘는다)
'나로코 소설이구나…(역주: 소설가가 되자라는 투고 사이트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소설을 나로계라고 칭하는데, 이세계 환생, 먼치킨이 특징입니다. 즉, 터무니없이 대단한 능력자라는 의미죠)'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것이 현대의 우수한 젊은이인가 하는 생각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2D 아트 쪽에서도 천재적인 인재를 한 명 채용했으니(후술할 기적5 참조), 그런 시대인가 보다 하고 납득하기로 했다.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한 달 정도 원격으로 함께 일했는데, 업계 경험도 없고 언리얼 엔진 4도 제대로 만져본 적도 없을 텐데 그의 습득은 빨랐다. 그는 태도도 예의 바르고, 업무 습득도 빠르고, 적극적이었다. 보통 이런 젊은이를 작은 회사에서 구하기는 힘들다. 곧 사내에서 그를 정규직으로 채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수한 청년이니 당연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든, 스무 살이든, 중졸이든, 게임 업계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상관없다. 아니, 지금처럼 성숙해진 게임 업계에서는 안타깝게도 상관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포켓페어에서는 상관없다. 실력만 있으면 된다. 즉시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에게 연락을 했더니, 내가 좀 돌려 말했는지는 몰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직설적으로, 직원이 되어 달라고 말하기로 했다.
곧 이야기가 마무리됐지만, 그 후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불안해하셨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갑자기 20살의 게임 업계 미경험자이자 중졸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에게, 도쿄의 이름 없는 작은 게임 회사가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으니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와달라"고 하면 보통은 수상한 사기를 의심할 것이다. 또한, 그 자신도 불안할 것이다. 그도 마찬가지다. 그의 희망에 따라 우선 2주~1개월 정도 도쿄에 와서 실제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기로 했다. 왕복 비행기 값은 당연히 우리가 부담한다. 우리가 부탁한 것이다.
그가 도쿄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 흐름은 빨랐다. 그는 실제로 대면해서 일을 해보니 역시나 우수했다. 그도 생활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해서 정식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우리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도쿄에 대해 잘 모를 거라 생각해서 연말에 허둥지둥 집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현재, 2년 동안 그는 더 뛰어난 인재로 성장했다. 그의 재능은 총기 애니메이션에 그치지 않았다. 직접 영상을 만들어서 그런지 효과음 조정 등도 엄청나게 잘했다. 무엇보다 작업 속도가 빨랐다. 툴을 다루는 속도가 빨라 어떤 의뢰도 가장 빠르게 처리해 준다.
캐릭터 모션에 있어서는 언리얼 엔진에서 사용하는 블루프린트라는 거의 프로그래밍에 가까운 로직 구축 부분도 그가 알아서 다 해줬다. 모션, 그림 만들기, 카메라 워크, 사운드, BP 제작. 그리고 총 조정. 처음에는 총기 조정만 의뢰하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의뢰하게 됐다. 작은 회사에서는 전문가인 스페셜리스트보다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정말 중요하다.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기적에 감사하고 싶다.
기적 2: 유니티에서 언리얼 엔진 4로 엔진 마이그레이션에 성공했다. 기존 코드는 모두 폐기했다. 사내에 UE4 경험자가 한 명도 없었다.
엔진 마이그레이션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윈도우 10에서 윈도우 11로 바뀌었나?'라는 정도의 이미지일 것이다. 전혀 다르다. 윈도우에서 맥으로 넘어간 정도이다. 윈도우의 애플리케이션은 당연히 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유용이라는 의미에서 공통점은 '게임 엔진'이라는 정도밖에 없다.
우선 개발에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부터 다르다. 유니티는 C#을 사용하지만, 언리얼 엔진은 C++을 사용한다. C#과 C++은 C와 자바 정도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C++이 더 난이도가 높다. 지금은 전문가를 위한 언어다.
그리고 팰월드를 유니티로 개발할 때는 유니티에 의존하는 에셋 자료를 구매해서 만들었다. 첫 번째 동영상 트레일러에 사용했던 많은 팰의 모션은 에셋 스토어에서 구입한 것들이었다. 유니티의 애니메이션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리얼 엔진에서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었다. 요컨대, 엔진 전환은 거의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간신히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은 3D 모델 정도였다. 그것도 구매한 애셋에 따라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게임 개발에서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 자체는 간혹 있는 일이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이 처음부터 몇 번이나 다시 만든 이야기 등은 유명하다. 마더 2MOTHER 2의 이와타 사토시 씨의 일화도 유명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개발에서 전 구성원이 전혀 경험이 없는 엔진으로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런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은 없고, 애초에 그 시점에서 이미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온 한 명의 엔지니어에게 베팅을 한 것이다. 마침 팰월드의 첫 번째 동영상 트레일러를 공개하기 직전쯤, 마츠타니라는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저는 프리랜서 엔지니어입니다. 오버던전과 크래프토피아가 재미있었어요. 나는 10년의 경험이 있습니다. 함께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로부터 먼저 메일이 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나는 곧바로 미팅을 잡았다. 마츠타니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적 지식이 있고, 리드 엔지니어급 실력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유니티 엔진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의 모든 구성원은 유니티 경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 마츠타니를 채용하지 않는다.
- 마츠타니 씨에게 유니티를 처음부터 배우게 하고, 이대로 팰월드를 크래프토피아와 마찬가지로 유니티로 개발한다.
- 마츠타니 씨에게 베팅하고, 지금까지 만든 모든 것을 버리고 언리얼 엔진으로 팰월드를 다시 만든다.
이 시점에서 팰월드의 엔지니어는 두 명뿐이었고, 두 사람 모두 리드 경험이 없었다. 마츠타니는 꼭 채용하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개발해야 하고 우리의 지식이 없는 언리얼 엔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국 이 결정은 정말 어려웠지만, 마츠타니를 믿고 언리얼 엔진으로 팰월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로 했다. 나는 역시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물론 언리얼 엔진으로 전환을 결정한 큰 이유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컨슈머 게임 개발에서 언리얼 엔진이 유니티보다 우월하다고 알려져 있는 점도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 조달 비용은 유니티가 훨씬 저렴하다. 아니, 언리얼 엔진 경험자는 시장에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후 5명이 넘는 엔지니어를 채용했지만, 결국 언리얼 엔진 경험자는 한 명도 뽑지 못했다. 모두 팰월드를 통해 배우게 됐다. 그들의 교육도 처음부터 마츠타니 씨에게 맡겼다.
그리고 실제로 언리얼 엔진을 도입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마츠타니는 의외로 버전 관리 시스템인 git(역주: 여러 명이 동시 사용할 수 있는 분산형 버전 관리 시스템으로 빠른 속도가 특징이다)을 사용한 경험이 없었다. 현대의 팀 개발에서 git을 사용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다면 Perforce가 더 잘 어울린다고 했다. 하지만 Perforce는 너무 비싸다. 우리 같은 회사가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Perforce를 쓸 수 없다면 적어도 git보다는 svn을 채택해야 한다고 한다.
솔직히 요즘 svn을 쓰는 회사는 레거시 이미지가 있어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애초에 엔진 마이그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버전 관리 시스템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버전 관리 시스템도 git에서 svn으로 전환했다.(일반적으로는 퇴보라고 볼 수 있다)
정말 모든 것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엔진 마이그레이션은 성공적이었고, 팰월드는 무사히 3일 후 출시를 할 수 있다. git에서 svn으로 전환한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옳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츠타니 씨는 역시 대단한 엔지니어였다. 그는 높은 엔지니어링에 대한 지식과 경험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팀을 하나로 묶는 매니지먼트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우리가 과거에 출시한 게임들이 인연을 맺어준 것이다. 이런 기적이 팰월드에는 잔뜩 쌓여 있다.
기적 3: 몬스터를 100개 이상 만들었다. 사내에 모션 경험자가 없었다.
3D 게임 개발 경험이 있고, 게임 모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다. 나도 사실 만들기 전까지는 무엇이 어려운지 전혀 몰랐다. 잘 몰랐기 때문에 부담 없이 몬스터 수집 게임을 3D 액션 게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만들기 시작해서야 깨달았다.
'어라, 팰 1마리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렸네… 3D 모델 하나만 가지고…' 지금까지 사내에서 제대로 된 3D 모델을 자체 제작한 적이 없었다. 크래프토피아에서는 대부분의 3D모델을 에셋으로 구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3D 모델을 움직이려면 모션이 필요하다. 크래프토피아는 모션도 에셋으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또한, 사람의 모션은 본이라 부르는 뼈대만 맞으면 쓸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도 양산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팰월드의 몬스터는 100마리가 넘는다. 더군다나 무서운 것은 몬스터 한 마리 한 마리의 골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독특한 모양만 있다. 적 캐릭터가 인간이라면 골격은 같기 때문에 모션은 다 쓸 수 있다. 리얼 계열 게임의 적 캐릭터가 모두 인간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독특한 형상의 몬스터가 100마리라면 말할 것도 없이 모션은 공통화할 수 없다. 모두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제작해야 한다. 참고로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도 몬스터의 총수는 50마리 정도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이 게임의 위험성을 깨닫게 된다. '어라, 몬스터 한 마리당 모션이 몇 개나 필요하지?' 걷고, 뛰고, 점프하고, 데미지, 공격… 세어보니 최소 20개. 사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게임에는 팰이 거점 건설을 도와주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벌목, 채광 등 개별 액션 모션도 필요하다.
1모션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 시간은? 어, 업계에서는 평균적으로 1모션을 만드는 데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즉, 몬스터 100마리 * 20모션 = 2,000일의 시간이 걸린다는 뜻인가…?
여기에 더해 모션 경험자는 없다. 있었다면 진작부터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고 반대했을 것이다. 이를 깨달은 것은 개발을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후였다.
너무 늦었다… 아니, 계획성이 너무 부족하다…
어느 날 인력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고, 아다치 씨라는 사람을 찾았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모션디자이너로, 크래프토피아의 제작 과정을 보고 흥미를 가져 준 것 같다. 이후 업무 위탁으로 채용이 결정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다치 씨도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상태로 모션 제작을 해왔나요…?", "리그는…?"
리그라는 것은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모션을 붙일 때 있으면 편리한 보조적인 구조물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관절은 구부러지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반대로는 안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리그가 없으면 모션을 넣을 때마다 일일이 손으로 수정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포켓페어는 이전까지 리그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채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참고로 나는 리그라는 단어조차 몰랐다.
제대로 된 모션을 만드는 회사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크래프토피아는 모션을 에셋으로 구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팰월드는 다르다. 100마리가 넘는 몬스터의 모션을 리그 없이 만드는 것은 중장비 없이 피라미드를 만드는 것과 같다. 현대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단지 몰랐던 것이다.
베테랑 아다치 씨가 와서 드디어 모션의 양산 체제가 잡혔다. 파일 관리도 엉망이었다. 명명 규칙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고, svn으로 버전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모두 정비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해 줬다.
"어! 100개를 만든다고요? 이 인원으로?" 아다치 씨는 계획성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제작 방식을 보고 싶어서 이 회사를 찾아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팰월드를 완성해 주었다. 우연히 아다치 씨를 채용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상황이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후에도 계속 에이전트의 채용을 해보았지만, 아다치 씨와 같은 베테랑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기적 4: 예산 관리를 하지 않았다. 10억 엔 정도 들었는데, 간신히 완성했다.
예산 관리 없이 게임 개발을 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회사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포켓페어는 제대로 된 회사가 아니다. 왜 관리하지 않는가? 한 마디로 예산 관리 자체가 비용에 맞지 않기 때문에, 즉 번거롭기 때문인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팰월드는 우선 이벤트용 트레일러(게임 PV)부터 제작을 시작했다. 트레일러의 반응이 나빴다면, 애초에 예산을 들여서 만들 만큼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약 3달 만에 트레일러를 만들고, 이벤트에서 공개했다.
그랬더니 국내외에서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반응이 있었다. 그것도 대다수가 긍정적인 의견이었다. 나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었지만, 게임의 외형상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게이머들에게는 '재미있으면 뭐든 상관없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게이머들의 이런 면을 아주 좋아한다.
이렇게 반응이 좋은 게임이라면 예산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게임을 기획한다고 해도 이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개발이 시작됐다. 팰월드는 처음에는 1년 안에 완성할 생각이었다. 나는 애초에 대형 타이틀을 만들고 싶은 욕심은 없다. 몇 년 동안 같은 것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없다. 그리고 포켓페어라는 회사는 어떻게 봐도 대형 타이틀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 아니, 당시 10명이 전부였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기존 직원들은 크래프토피아를 계속 개발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4명 정도로 쪼개서 만들었던 것이다. 빨리 만들어서 빨리 출시하고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몇 년을 개발한다고 해서 좋은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개발하면 리스크가 더 커진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개발해 왔다. 몬스터의 숫자도 처음에는 25마리만 만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응을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천천히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우선은 아무 생각 없이 1년 동안 상황을 지켜봤다. 그랬더니 어떨까. 점점 이 게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다. 우선 1년이 지나도 전혀 완성되지 않았다. UE4로 전환하고 몇 달간 만든 영상이 이것이다.
그리고 개발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영상이 바로 이것이다.
일반인 눈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드디어 자기 캐릭터와 적 캐릭터가 움직이고,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이 갖춰졌다…정도?
그리고 생각했던 게임을 구현하기에는 인력도, 돈도, 개발 기간도 전혀 부족할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몬스터의 3D 모델 1개를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리는 속도였다. 모델러 한 명이 100마리를 만들려면 100개월이 걸리는데, 10년이나 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맵도 현대의 오픈월드에 요구되는 넓이를 고려하면 배경 아티스트가 많이 필요하다. 적어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하는 규모의 개발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시점에서는 실제로 어떤 게임이 될지 전혀 알 수 없었고, 1년이 지나서야 기본적인 기능만 완성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로 생각했다. 애초에 예산 상한선이 얼마인가? 가장 알기 쉬운 한도는 회사가 망하기 직전일 것이다. 물론 빚을 낼 수도 있지만, 그건 은행 계좌 잔고가 0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예산 한도는 우선 은행 계좌 잔고가 0이 될 때까지다. 0이 되면 빚을 내면 된다. 이 경우 예산 관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회사가 망하기 직전, 통장 잔고가 0이 될 정도로 빚을 내거나 출시 하면 된다.
뭐, 앞으로 2년 정도는 여유 있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예산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만들기로 했다. 빨리 완성하고 싶으니까 사람들도 빵빵하게 채용하자.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그 결과 40명 이상을 추가로 채용했다. 외주는 더 많이 했다.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완성했다. 하지만 아직은 얼리액세스에 겨우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고, 진정한 완성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상태이다. 마침 회사 돈은 거의 다 없어졌다. 계산대로다!
아니, 계산대로일까…? 어떻게 보면 그냥 기적이겠지.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보고 싶지도 않다. 크래프토피아의 매출로 계산하면 아마 10억 엔(약 100억 원) 정도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매출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적 5: 서류전형에서 불합격시켰던 신입사원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 되었다.
지금 팰월드의 얼굴인 팰의 디자인을 하고 있는 사람은 트위터에서 아티스트를 모집할 때 지원한 신입 사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서류 전형에서 불합격 처리했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게재된 일러스트가 조금 개성적이었다. '우리 같은 회사에 오면 그녀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사내에서 가볍게 논의한 결과, 서류 전형에서 떨어뜨렸다. 실력은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입사 후 미스매치인 것이 훨씬 더 불행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불합격 메시지를 보냈다. 이것이 2020년 10월이다. 그리고 3개월 후인 2021년 2월에 다시 한번 DM이 왔다. 마침 아티스트 모집 공지 트윗을 다시 올린 다음 날이다.
그때 그 아이다… 나는 몇 달 전에 한 번 불합격 통보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낸 것에 흥미가 생겼다. 뭐, 원래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모처럼이니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 팰월드의 캐릭터 대부분을 그려내고 있다. 그녀는 신입사원으로 100군데 가까이 지원했는데 모두 떨어졌다고 한다. 확실히 면접을 잘 못 보는 것 같다.
하지만 함께 일하면서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은 무서운 재능이다. 천재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는 천재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희소성이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무섭게 잘 잘리는 칼이다. 우선 그림을 그리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빠르다. 못해도 4, 5배는 더 빠르다. 그리고 피드백 수정 등도 정말 빠르다. 지시만 제대로 하면 1분이면 돌아온다. 그리고 영어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 해외에서 어떤 것이 유행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인터넷 밈에도 민감하다. 우리 회사에 정말 딱 맞는 인재였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팰 디자인을 100개나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런 인재를 100개 가까운 회사가 놓쳤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 회사도 실수로 한 번 놓쳤으니 남의 얘기는 못 하겠지만.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녀가 다시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채용할 수 있었을 뿐이다.
기적 6: 팰월드가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으로 완성됐다.
게임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드물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나게 재밌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소규모 게임 개발이든, 대형 게임사의 대규모 게임 개발이든 마찬가지다. 소규모 게임 개발에서는 애초에 게임이 완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완성하는 경우는 10명 중 1명 정도인 것 같다. 또 예산도 적고, 그래픽에 비용을 투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픽은 특히 중요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래픽이 좋지 않으면 만져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재미 이전의 문제다. 게다가 완성되어도 "재미있다!"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은 극히 드물다. 게임은 엔터테인먼트인 만큼 모든 요소의 퀄리티가 높아야 한다.
시나리오, 그래픽, 게임 디자인, 프로그래밍, 사운드, 마케팅…. 소규모 게임 개발은 한 명 또는 소수의 멤버가 위의 모든 것에 능통해야 하는데, 그런 초인은 세상에 흔치 않다. 소규모 게임 개발로 엄청나게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면 위의 것들을 의식하면서 이를 최소한의 디자인에 녹여내야 한다. 또한, 거기까지 한 다음에는 재미를 담보할 수 있는 참신한 도전을 해야 한다. 반대로 대규모 게임 개발에서는 무조건 무난하게 개발하는 것이 요구된다. 바꿔 말하면, 실패하지 않는 개발이다. 현대에서 가장 안전한 개발은 그래픽에 유력한 IP(드래곤볼, 해리포터 등)를 붙이고 게임 시스템은 무조건 무난하게 넣는 것이다.
왜 그럴까요? 그래픽이 좋고, 재미가 검증된 무난한 게임 시스템을 넣으면 그것만으로도 상업적으로 충분히 팔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게임에 폭발적인 재미는 필요 없다. 무난한 게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것이다.
애초에 대규모 게임 개발은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참여하는 인원도 100명이 넘기 때문에 단순히 프로젝트로서 항상 일정한 실패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수십억 원짜리 프로젝트는 게임을 제대로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예산의 프로젝트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참신한 게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형 타이틀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닌텐도 정도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대형 타이틀의 경우, 도전이 없는 무난하고 재미없는 게임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대부분의 대규모 게임 개발이다. 즉,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소규모든 대규모든 '엄청나게 재밌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희귀한 경우다.
팰월드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며 또, 행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팰월드가 왜 엄청나게 재미있는지, 애초에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 3일 후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엄청나게 재밌는 게임에는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것'이다. 게임의 새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거칠어지기 쉽고, '새로움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논의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것도 귀찮아서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팰월드는 분명 새롭고 혁신적인 게임이다. 이런 게임은 다른 게임에 없는 것이다. 팰월드는 현재로서는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짝퉁 게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원신 정도 다른 새로움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일정 이상의 히트작이며 마인크래프토에서 파생된 오픈월드 서바이벌 크래프토 장르에서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는 게임으로는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ARK: Survival Evolved밖에 없다.
그리고 팰월드는 아크와 다르며, - 팰이라는 생물의 양식화된 그래픽과 사실적인 배경을 조합한 룩
- 팰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거점 구축
- 길들이는 방식의 차이
- 팰마다 다양한 기술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
라는 특징이 있다. 이 외에도 세부적인 차이점을 꼽자면 얼마든지 많지만,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부분만큼은 차이가 있다.
특히 팰에 의한 거점 구축은 RTS나 오토메이션Automation 장르에서 영감을 얻어 매우 독특하다. 나도 여러 번 해봤지만, 아크나 다른 서바이벌 크래프토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이런 게임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감탄했고, 반대로 개발의 재현성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행운이고,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실력이 뛰어나서 개발할 수 있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연한 만남이 결합되어 운 좋게 최고의 게임이 탄생했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게임들이 인연을 이어가며 마침내 완성된 것이다.
※ 덧붙여 새로움에 대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적어두자면, '새로움이 있다'고 해서 '엄청나게 재밌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팔리는 것도 아니다. '엄청나게 재밌는' 게임에는 대부분 참신함이 있을 뿐이다. 팰월드는 이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지만, 그것은 결과론일 뿐이다.
※ 참고로 팰월드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한 가지 보충하면, 스토리를 즐기고 싶은 싱글 플레이를 선호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게임이니 그 점은 주의해 주기 바란다. 스토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에게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마인크래프토Minecraft나 발하임Valheim과 같은 서바이벌 크래프토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5. 정리: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계속하다 보니 인연이 이어져 팰월드라는 기적의 게임이 탄생했다
팰월드가 태어난 것도, 완성된 것도, 그리고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이 된 것도 정말 기적이다. 물론 노력은 했다. 다른 멤버들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런 의미에서 그런 것도 포함해서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때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던 그녀가 다시 지원해 주지 않았다면, 홋카이도에 있는 그가 도쿄에 오지 않았다면, 마츠타니 씨가 메일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언리얼 엔진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아다치 씨를 찾지 못했다면, 팰월드는 완성되지 않았다. 지금의 퀄리티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새로 채용한 40여 명의 멤버 한 명 한 명이 모두 그렇다.
이 스토리에 등장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이 어느 부분을 담당했는지 거의 다 파악하고 있다. 그 구조는 그 사람이 구현한 거라 다행이다. 그는 움직임을 잘 만드는 엔지니어다. 그 사람 덕분에 좋은 움직임이 나왔다. 저 캐릭터 디자인은 그에게 맡겨서 다행이다. 까다로운 주문을 많이 했는데, 잘 해줬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도 우연히 트위터로 연락이 왔던 것 같다…. yoship 씨도 크래프토피아 MOD를 만들던 것을 보고 말을 걸었더니 입사해 줬다…. 트위터를 통해 채용한 사람만 10명 가까이 된다. 다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해 준 사람들이다.
생각은 얼마든지 돌고 돈다. 팰월드는 최대한 개발을 효율화하고 있고, 각 포지션의 속인성이 매우 높다. 누군가 빠지면 지금의 게임 퀄리티에서 크게 떨어지거나 애초에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더 말하자면, AI: 아트임포스터를 만들지 않았다면 게임을 지원하는 기획자 중 한 명은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래프토피아를 만들지 않았다면 팰월드의 멤버가 없었을 것이다. 오버던전을 만들지 않았다면 크래프토피아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2년 동안 출시하지 못했던 그 환상의 1편이 없었다면 오버던전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경험이 헛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것이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개발 막바지에 엔지니어가 부족해서, 내가 게임 최적화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나는 팰월드에서 언리얼 엔진을 전혀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프로젝트 규모가 커서 직접 손대는 것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애초에 회사 운영과 크래프토피아 업데이트, 그리고 팰월드의 실제 개발을 모두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발의 정말 마지막에, 복잡한 사정이 있어 메모리 절감은 나밖에 할 사람이 없었다. 솔직히 자신감은 전혀 없었다. 유니티는 5년 넘게 만져봤지만 언리얼 엔진은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다. 그런 사람이 다른 엔지니어들이 충분히 최적화한 메모리를 더 줄일 수 있을까?
하지만 할 수밖에 없다.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출시일이 연기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마케팅팀이 진행했던 모든 홍보 방안이 모두 헛수고가 될 것이다. 개발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연기해서 얻을 이익이 솔직히 전혀 없다. 할 수밖에 없다. 궁지에 몰린 나는 오로지 문서만 읽고, 다른 엔지니어에게 질문만 하게 하고,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C++을 읽은 것은 13년 만이다. 닌텐도 게임 세미나에서 개발한 닌텐도 DS의 개발은 C++로 진행되었다. 그러고 보니 DS는 메모리가 4MB였고, VRAM까지 합치면 656KB였다. 지금은 8GB도 쓸 수 있다. 행복하지 않은가. 색상 수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런 사치는 없다.
그러고 보니 크래프토피아 때도 막판에 최적화를 했다. 버그가 나름대로 있는 상황에서 얼리 엑세스로 출시했었다. 플레이어들에게 미안한 일이었지만, 적극적으로 디버깅에 협력해 줬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 그러고 보니 오버던전 때도 그랬다. 동물이 대량으로 등장하는 게임이라 처리량 감소가 최우선 과제였다. 유니티의 프로파일러를 마주하고 하나하나 처리를 재검토했다. 캐싱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캐싱했다. 메모리 누수도 많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없애고 또 없애고 했다. 그러고 보니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할 때도 그랬다. 접속 폭주는 캐시로 대응하고, 대용량 이미지-파일 로딩은 적절히 스트리밍을 했다. kamipo님에게 배웠다. 어떤 개발 환경에서도 최적화 업무는 반드시 있다. 지금까지도 항상 다양한 방법으로 극복해 왔다. 언리얼 엔진은 만져본 적이 없지만, 애플리케이션 최적화라는 측면에서는 10년 이상 해 온 것 같다. 컴퓨터를 만진 기간으로 따지면 30년 가까이 됐을 것이다. 충분히 베테랑이다. 최적화는 근성이다. 문서를 핥고, memreport를 반복해서 두드리고, 하드웨어를 물어뜯고 눈을 부릅뜨는 사람에게만 행운의 여신은 미소 짓는다.
수정 내용을 커밋하고 실기 확인한다. 메모리 사용량을 체크하고,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에 낙담한다. 파라미터를 조정하고, 확인한다. 이 반복이 계속된다. 며칠 동안 이 작업을 수십 번은 한 것 같다. 집에 돌아와서도 밤늦게까지 이 작업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중요한 병목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도움을 준 것은 내 엔지니어로서의 모든 경험이었다. 오버던전에서의 경험이, 크래프토피아에서의 경험이,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하고 만져본 경험이 모두 도움이 되었다. 이 메모리 절감은 내 엔지니어 인생의 집대성이었다. 기술을 좋아하고, 흥미를 가지고 진지하게 배워온 것이 마지막에 도움이 되었다. 이것도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팰월드라는 기적의 산물이 탄생했다. 이것이 3일 뒤에 공개된다. 팀 모두에게 감사를 표한다. 지금까지 포켓 페어 게임을 플레이해 준 플레이어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린다. 그걸 전하기 위해 이 기사를 썼다.
플레이어 여러분. 당신이 포켓 페어 게임을 플레이해 준 덕분에 팰월드가 완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켓페어 대표. 미조베 타쿠로
※ 원문은 pocketpair에 등록된 기사를 번역한 것으로 일부 오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